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최고로 비싸고 좋은 영양제 주세요

슬기엄마 2011. 4. 23. 21:26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구토 구역감으로 음식을 잘 못 먹게 되는 경우,
항암제 때문에 설사가 하면서 음식을 못 먹는 경우,
배가 꼬이듯 아파서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
이래 저래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입으로 먹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경우 등등의 상황에서 음식 섭취량이 떨어진다.
또한 몸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다는 것 자체가 전체적인 몸의 대사량과 활동성을 떨어뜨린다.
그러는 동안 세포들은 탈수되기 쉽다.
그래서 항암치료 기간 중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거나 정맥 주사로 수액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액 1 리터를 맞는 단순한 행위가 중요할 때가 많다.
이때의 수액이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생리식염수도 되고,
포도당을 약간 섞은 수액일수도 있고,
아미노산이 섞인 경우도 있고,
각종 전해질을 추가로 첨가한 수액일 수도 있고
지방성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서 칼로리를 높인 수액도 있다.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영양제가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환자들은 못 먹고 힘들어서 병원에 왔기 때문에
최고로 비싸고 좋은 영양제가 뭐냐고 묻는다.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지방 병원에서 주는 영양제는 믿을 수가 없다며 우리 병원에서 수액을 맞겠다고 먼 걸음을 허위허위 달려오시기도 한다.
그렇게 좋은 영양제를 맞고 회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니까. 몸 아픈데 돈 아끼면 뭐하냐. 비싼 거라도 맞고 회복하고 싶다 하는 바램으로 그렇게 하시는거 다 안다.

그런데 사실 그리 좋은 영양제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비싸다고 해서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순한 1000원짜리 생리 식염수 하나 - 보험이 되면 훨씬 가격이 싸진다 - 가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나는 환자의 영양 상태에 따라, 피검사 결과에 따라 수액을 조금 바꿔서 처방하기도 한다.
내가 영양학적으로 지식이 더 많다면 처방을 더 잘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수액의 조성 성분이 얼마나 영양학적으로 우수한가의 여부 보다는
수액을 맞는다는 행위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가능하면 탈수되지 않게 물을 많이 드시고
물을 많이 드실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액을 맞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우리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하시는 분들은
주사실 형편을 아시겠지만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로도 주사실이 북적이고 바쁘다.
수액을 맞으면서 편안히 쉬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의자에 앉아 맞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집 근처에서 수액을 맞을 수 있는 병원을 이용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특히 지방환자분들은 굳이 수액 한두 세트를 맞기 위해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으셨으면 한다.
너무 힘드니까.
어떤 수액을 맞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의사가 내 상태도 잘 모르는데 수액을 처방해줄까 걱정되시는 분들이 있다면 
외래에서 소견서를 작성하여 타병원 이용에 편의를 돕고자하니 그렇게 이용하시기 바란다. 

그러나
어떤 영양제도 입으로 먹는 것만 못하니, 가능하면 입으로 음식을 드시도록 늘 노력하셔야 한다. 
영양제에 의존하시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