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다른 가족 면담을 하였다. 그들도 애타는 마음으로 지금 환자의 상태를 궁금해 하고 앞으로 치료계획이 어떤지 알아야 하니까. 가족들이 다 모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치료를 다 했는데도 왜 재발했는지. 왜 잘 유지되고 있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는지. 세상에 좋은 항암제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들 하는데 우리 환자에서는 효과적인 항암제가 없다고 하는지. 환자와 가족들은 그저 나의 어려운 설명을 들을 수 밖에 없다. 나의 제안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주치의이기 때문에 뭔가 치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퍼센트, 가능한 시나리오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치료가 많지는 않다. 그런 치료가 많다면 암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