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병력을 정리하면서 한줄 한줄 치료약제를 적고 어디가 나빠져서 약이 바뀌었는지 치료 중간중간 왜 입원했었는지 퇴원요약지를 들춰볼 때 혈압이 떨어지고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그 아프고 힘들었던 긴 시간들을 묻어버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인양 항상 단정한 옷차림과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외래에 오시는 당신. 자꾸 기침을 하니까 불안한 내 마음. 물이 차고 빠지기를 몇 차례, 관을 넣고 빼기를 몇 차례 중간에 수술도 하고 보험이 안되는 비싼 약도 써 보고 약효가 아예 없으면 또 모르겠는데, 약을 쓰면 좋아지고 그러다가 조금씩 또 나빠지고 그렇게 하기를 몇년째 '이제 힘이 들어서요.항암치료를 안하는게 낫겠어요.' 힘들어 하는 환자에게 이제는 피검사 하자는 말도 하기 미안하다. 그래도 한번만 더 피검사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