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수현 12. 죽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올해 들어 가끔 내가 암을 진단받는 꿈을 꾼다. 수술을 할 수 없는 4기 암으로. 왼쪽 쇄골하 림프절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위암으로 수술의 의미가 없는 경우, 직장암으로 당장의 수술하기에는 주위 림프절이 많아 일단 수술전 항암치료를 먼저 해보고 반응을 평가하기로 한 경우, 두세번 정도 더 있었는데 무슨 종류의 암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꿈의 패턴이 거의 비슷해서 기억나는 건, 아프게 조직검사를 한 다음, 결과가 양성인지 아닌지, 수술을 할 수 있는 단계인지 아닌지 너무너무 조바심내며 결과를 기다리다가, 결국 양상으로 판정되어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난다. 내가 평소에 환자에게 여러번 설명했던 항암제를 맞기 전, 꿈속에서도 너무 두렵고 남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

수현 11. 우울함은 당연한 감정

우울함은 당연한 감정 한국 유방암의 특징 중의 하나가 유방암 발생 나이가 서양에 비해 10년 이상 젊다는 것이다. 아직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여성의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출산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초래되어 그렇다는 가설이나 서구의 영향으로 인한 식생활의 변화와 생활 양식의 변화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 보니 자녀들이 중고등학교 재학중인 경우가 가장 많고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시는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도 많다. 엄마 유방암 환자들은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것에 놀랄 겨를도 없이 자식들 걱정부터 한다. 아이가 고3인데 시험기간이라며 항암치료 날짜를 늦춰달라고 하는 엄마도 있고, 치료 중인 자신의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

수현 10. 젊은 아가씨 유방암 환자들에게

‘젊은 아가씨 유방암’ 환자들에게 : 사랑과 연애, 모두 다 잘할 수 있다 Sex and the City는 네명의 중년 여성들의 사랑과 일, 우정을 다룬 미국의 홈 드라마다. 성이라는 주제가 아주 솔직하게 소재화되었고 ‘쿨’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에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공히 인기있는 드라마로 자리잡은 것 같다. 사실 이 제목을 처음 들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목부터가 너무 선정적인 것 아니냐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10년 사이에 나도, 사회도 분위기가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2007년 스토리 중에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사만다가 유방암에 걸려 수술하고 항암치료 받는 이야기가 테마였던 적이 있었다. 화려한 싱글 사만다는 몸매도 좋고 또래 남성들에게 인기도 많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

수현 9. 4기 유방암의 항암치료에 대하여

4기는 말기가 아니다 4기 암은 완치가 어렵다. 그러나 모든 4기 암이 말기암이 아니다. 말기 암환자라는 말은 현대의학의 시각에서 볼 때 암에 대한 치료적 관점으로 더 이상 뭔가를 시도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그래서 독한 항암치료를 해서라도 생명연장을 시도해보려는 노력이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4기가 아닌 말기 암환자라고 일컫게 된다. 말기암 환자라고 해서 모든 치료를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암을 치료하기 위한 들이는 노력은 이득보다 손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항암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지, 환자에게 발생하는 불편하고 힘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 각종 시술과 수술을 통해서라도 환자가 고통없이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치료를 해야 하며 이러..

수현 8. 몸과 마음이 지친 당신께 임상연구를 설명할 때

얼마 전, 암 수술과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모두 마친 경희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 치료가 끝난 줄 알았는데, 특정 항암제를 추가 복용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고자 하는 임상연구가 있다는 말을 교수님께 들었다는 것이다. 그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게 좋은지, 임상연구에서 제시하는 약제가 과연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나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 자신도 내과의사이거니와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이미 설명을 다 들었을 텐데, 그 교수님보다 경험도 짧고 실력도 없는 나에게 굳이 전화를 해서 묻는 것은 아마도 다급한 마음, 누가 되었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싶은 환자로서의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도 전공의로 일하면서 각종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명도 해 봤고..

수현 7. 방사선 치료

수술효과를 공고히 수술 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거나, 수술이 잘 되었어도 원발 유방암 자체가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 국소 재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수술을 하게 되면 유방의 병변도 제거하지만 의심되는 림프절도 함께 제거하게 되는데, 이때 4개 이상의 림프절에서 종양세포가 관찰되었을 때, 혹은 원발 종양의 크기가 5cm이상일 때 유방과 주변 근육까지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하지 않고 부분절제술을 했을 때에는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국소 재발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되어, 방사선 치료의 기준이 되는지 여부를 판정하여 시행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낮은 병기의 환자들은 방사선치료 없이 수술 후 항암치료나..

수현 6. 항암치료 3. 유방암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의 부작용과 대처방안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 중 가장 중요한 약제를 두가지 들라면 독소루비신(혹은 아드리아마시이신)과 탁소텔(혹은 탁솔)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 약제가 아무리 힘들고 부작용이 큰 약이라 하더라도, 또 아무리 신약이 많아 나왔다 하더라도 이들 두가지 약제가 유방암 치료에 기여한 바는 실로 놀랍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이들 약제로 내가 잘 치료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누구에게나 힘들게 찾아오는 부작용을 잘 공부해서, 부작용이 찾아오더라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작용은 이 시기를 넘기면 거의 다 회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독소루비신 (아드리아마이신, 에피루비신) 탈모 흔히 빨간 약으로 알고 있는 독소루비신(혹은 아드리아마이신, 에피루비신)을 투여하면 100% 탈모가 된다. 100%. 약제가 ..

수현 5. 항암치료 2. 열나면 병원에 오세요

열나면 병원에 오세요 보통 열이 난다는 건 우리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겨서, 자기 면역체계를 가동하여 그 이상을 해결하려고 싸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무슨 균이 들어오면 내 몸의 백혈구가 그 균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열이 날 수 있다. 그러므로 열이 나면 어디서 기원했는지, 열의 원인을 찾는게 우선이다. 일단 백혈구가 자기 힘으로 싸우고 있는 셈이니, 열이 나게 만드는 원발 병소를 찾아 항생제등의 치료를 더함으로써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항암치료를 처음 받는 환자에게 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꼭 당부하는 말은 ‘열나면 지체말고 응급실로 오시라’는 것이다. 항암치료를 하는 중간에 열이 나면 바로 그 시기가 내 몸의 면역기능이 최소화되고 백혈구가 거의 없어 외부의 균과 싸울 군사가 거의 없는 ..

수현 4. 항암치료 1. 삶의 주기를 재조정할 것

삶의 주기를 재조정할 것 항암제는 내 몸의 세포를 죽이는 강력하고도 무서운 약이다. 요즘 나오는 표적치료제들은 치료 기전이 조금 달라서, 정상 세포는 죽이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거나 혹은 암세포가 더 증식하지 않도록 억제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에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인 항암제들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나를 지켜주는 면역세포까지도 손상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항암치료의 주기를 잘 알고, 그 시기에 맞게 자기 삶의 주기도 변화시키고 적응하여 지내는 센스가 필요하다. 항암제와 골수기능의 감소 대개의 항암제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골수기능을 억제한다. 골수는 말 그래도 뼈 속에서 피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현 3. 유방암 수술

암을 진단하고 나면 수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부 암에서 수술없이 항암치료만으로, 혹은 방사선치료만으로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유방암도 대개의 암처럼 수술을 할 수 있어야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수술을 하지 못할 경우 단기간의 집중치료로 병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을 하면 기대감에 실망이 더 큰 법, 이때는 환자에게 희망과 지나치게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유방암 수술은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이 있는데, 수술을 하면서 유방을 지지하는 근육을 어디까지 제거할 것인지에 따라 수술 범위에 차이가 난다. 암 자체만을 생각하면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주위 조직을 충분히 제거하고 림프절도 많이 제거하는 것이 좋겠지만, 수술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