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시스템과 과잉 적응된 개인 소위 ‘의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 직업적 윤리에 적합하다(매우 식상한 발언이다). 그러나 한 달 남짓한 병원생활을 겪으며, 여러 과에서 인턴 업무의 중심축이 환자 care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기보다는 의사들 사이의 왜곡된 권위의식과 의국 내 질서의 유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예를 들면 환자에게 왜 수술이 필요한지, 수술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예후와 예상되는 합병증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환자의 직업과 가족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논의되는 시간보다는, 과 내에서 입퇴원 장부를 작성하기 위해 인턴부터 레지던트 4년차까지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