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환자가 환자를 멘토링하기

한명은 유방암한명은 난소암그들의 원래 주치의는 내가 아니었다.각기 다른 의사였다. 그런데 어찌어찌 해서 지금은 내가 그들의 주치의가 되었다.그들은 서로 모르는 관계였는데 최근 요 몇달 새 요양원에서 만나 알게 되고 같은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친해진 것 같다.병원을 왔다갔다 하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내 얘기도 한 모양이다.뭐라고 했을까? 최근에 나에게 치료를 받기시작한 환자는첫 대면하던 날 이제 호르몬 치료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항암치료를 해야할 것 같다고 험악한 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차트에 의거해서 그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사항은 잘 모른다.나중에 들어보니, 수술하고 나서 한 8번의 항암치료가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나를 처음 만난 그는 이..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가 크다

이번 목요일이 수능이다. 환자의 고3 큰아들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엄마는 아들이 대학가는 걸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걸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큰 아들이 엄마걱정, 집안걱정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잘 보고 대학에 합격하는 걸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는게 무조건 항암치료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몇 번 얘기했지만환자와 남편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환자의 전신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기운이 없기는 했어도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달 사이 병이 나빠지면서 폐 병변도 나빠지고 있었다.기침이 심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여러 종류의 기침 억제제를 써도 효과가 없었다...

내 인생에 소중한 것

다른 병원에서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시는 한 선생님,잊을만하면 한번씩 좋은 글을 보내주신다.병원 외부 회의에나 가야 만나뵐 수 있는 선생님이지만학교 후배도 아니고 병원 의국 후배도 아닌 내가 이래 저래 힘들어 보인다고 생각이 되면격려차원에서 좋은 글 때론 야한 이야기를 보내서 웃음을 주신다. 얼마전 받은 글.http://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rs1026&logNo=50180443753&categoryNo=0 블로그로 공개되어 있는 글이니옮겨도 될 것 같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두 손에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애쓴다.조금이라도 더 움켜쥐려고 욕심을 부린다.내 삶은내 뜻대로, 내 의지되로 되는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

오늘 유방암 생존자/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

오늘은우리 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유방암 진단 후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강좌를 개최한 날이다.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추적관찰 중인 그들을 어떻게 지칭할 것인가? '환자'라는 표현보다는외국에서는 'Cancer Survivor', 우리말로 하면 '암 생존자'라고 번역되는데, 생존자라는 표현보다는 '암 경험자'가 더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유방암 치료를 일단 끝낸 분들이다. 다른 암에 비해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도 많고 항암치료 기간도 길며, 수술도 하고 방사선 치료도 하고, 1년간 표적치료제도 쓰고, 5년간 호르몬제도 쓰는, 치료가 복잡한 병이다. 나는 그들에게 유방암 치료가 끝난 후 발생할 수 있는 장기 합병증 가운데 신체적 측면에 맞추어 강의를 하게 ..

전화 위복

난 그녀의 원래 주치의가 아니었다.원래 선생님의 형편 상 내가 항암치료 뒷 부분의 두세번 진료를 봐 드린 것이 전부이다.그래서 최초에 어떤 연유로 유방암을 진단받게 되었는지 치료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했는지 그녀의 심리적, 신체적 과정을 잘 모른다. 환자가 병을 진단받은 최초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를 함께 하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다.오히려 그렇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 이 병의 의학적/질병의 과정에서 현재 이 사람이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만나기 앞서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이번 검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순식간에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그는 어떤 궤적을 밟게 될 것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순발..

UCC 대박나세요!

외래 진료 초반부에는상태가 안정적인 환자들이 많다. 앞쪽 진료를 할 때는 수년간 호르몬제 하나로 전이성 유방암이 잘 잘 조절되고 있거나 항암제 후 허셉틴 하나만 맞고 있거나독성없이 항암제를 잘 맞고 있거나 하는 컨디션 좋은 환자들을 '스피디'하게 진료한다. 병이 안정적인 그들은특별한 증상도 없고 아프지도 않기 때문에나에게 할말도 없다.자기 먹고 사는 일이 바쁘니까 자기 일 하는 것에 집중한다. 나한테는 기대하는 것도 별로 없다. 외래 일찍 보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많고아이들이 학교, 유치원 가는 틈을 이용해 치료를 받고 가는 사람도 있다.그렇게 그들은 바쁘다. 진료 앞 부분에서 한두명 지연되는 것이 진료 후반부로 가면 한두시간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진료 앞 부분에는 이렇게 컨디션 좋은 환자..

종양내과의사의 두 얼굴

항암치료를 받으러 외래에 오면환자는 일단 피 검사부터 합니다. 그날 피검사 결과에 따라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몸상태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까요.피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시간 이상 외래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자기가 예약한 시간이 넘어도 앞 환자들 진료에 밀려 내 진료 시간은 지연되기 일수 입니다. 그 전에 CT라도 찍었다 치면그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에 초조함이 더해집니다.숨도 제대로 못 쉬고잔뜩 긴장해서 1분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집니다.그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두어시간 진료를 기다리다가겨우 주치의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들어간 진료실, 의사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습니다.내 인사에 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의사는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게 저의 모습입니다...

젊은 엄마의 임종준비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대기실 풍경은 생각보다 다이나믹하다. 아직 내가 암환자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직 세상을 똑바로 응시할 자신이 없어서, 아무하고도 말 안하고 조용히 대기하다가 나만 만나서 진료받고 돌아가는 환자도 있고 몇년 치료받으면서 겪을거 다겪고 마음고생도 다 하고 그래서 힘들어 하는 후배 환자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 주기가 맞아서 자주 만나다보니 비슷한 형편과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끼리 친해져서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만나고 서로 연락도 하며 지내는 환자 그룹도 있다. 그렇게 친해진 환자들은누가 열나서 입원하면 문병도 가고좋다는 거 있으면 나눠 먹고누가 우울해 하면 같이 만나서 수다도 떨어주며 동맹관계를 유지한다. 의사의..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을 만나보세요

지난 10월 10일,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전문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완화의료팀 (Palliative Care Team, PCT) 제도를 도입한다.의료기관이 일정 요건의 완화의료팀을 등록,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 (완화의료팀이란 호스피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우리병원처럼-에서 말기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해당 과가 협진을 내면 완화의료팀이 환자를 면담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입원이나 외래 모두 가능하고 협진의 형태이기 때문에 주치의는 바뀌지 않는다.) 2.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도입한다. 완화의료 전문기간과 연계한 가정호스피스..

1주일에 42 METs 이상의 운동, 쉽지 않을 거 같네요!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뭘 먹으면 좋을까요?’가 아닐까 싶다. 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 치료 과정.치료방침이야 의사가 정하는 것이니환자인 자신은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 그러므로 환자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 음식,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과 치료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무엇을 먹을것인가’의 문제는‘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이 되어 있다.일상적인 식생활을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것은근본적인 삶의 철학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식단을 건강식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