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환자들의 마음을 느끼며

슬기엄마 2013. 3. 4. 10:51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슨 일에 대해  기뻐하고

누군가를 위해 슬퍼하는 마음의 울림이 점점 줄어든다.

나이를 먹어서 심장의 감정수용체들이 다 닳아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한다.

 

암환자를 보는 의사는 감정조절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환자를 보면서

너무 기뻐하거나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들 한다.

백프로 동의한다.

감정이 스며들고 마음이 젖으면 너무 힘들어서

다른 환자 보는데도 지장이 있고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었으니

직업이 직업인만큼

마음이 점점 메말라간다. 메말라가기 쉽다.

 

 

그렇지만

아직은

일상의 다른 일에는 무관심해 지면서도

환자를 볼 때는 마음이 출렁거리는 것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섞인다.

내가 비록 최고의 의사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의사는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어느 결에 환자 삶의 맥락에 나의 생각이 엮인다.

 

그는

누구의 아내이자, 누구의 엄마이자, 누구의 딸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받고 있는 이 치료가, 지금의 이 검사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라면, 나의 가족이라면 과연 어떨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내가 환자에 대해 마음을 쓰는 만큼

환자들도 나에게 그만큼 마음을 쓰고 있었나보다.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느낄 때

나는 내 심장의 감정수용체들이 모두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나를 의사로 만들어 준다.

마음 따뜻한 의사가 되라고 가르쳐 준다.

환자들의 그 마음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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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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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지금 병원에서 더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정된 진료에 오시면 됩니다. 환자분들께 걱정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이만큼밖에 안되는 그릇이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