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를 불편해 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는 단박에 그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겉으로 안그런 척 해도 금방 알아 차립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는 은연중에 그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겉으로 표시내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아 줍니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마음은
어느샌가 그 사람을 향한 나의 태도로 표시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너 예뻐보인다, 좋은 일있니? 사랑에 빠진거야?' 그런 말을 들은 적이 한번 있습니다.
그건
(결혼할 무렵이 아니라)
(의대 다니기 전) 대학교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였습니다.
철부지 고등학생 녀석들이랑 정말 친하게 지냈죠.
그 녀석들은 정말 시도때도 없이 '교생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너무 좋아요' 그런 말을 저에게 해 주었습니다. 교생실습을 하던 1달 동안, 저는 매일 화장도 하고 옷도 잘 차려입고 다니고 그들에게 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애를 썼습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그들을 위해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아주 자연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그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교생실습기간이 끝나도 제가 다니던 대학과 그놈들이 있는 학교는 담벼락 하나 차이라서 청소시간, 하교시간 등에는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쉽게 만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나의 일상을 다르게 하고 외모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나 봅니다.
저는 외래 보기 전에 미리 리뷰하고 외래 보고 나서도 뭔가 꺼림찍한 것이 있으면 외래 후에 다시 확인하곤 합니다. 수첩에 그런 꺼림찍한 사항들을 적어놓고 예습, 복습을 하는 셈입니다. 아직 프로가 못 되서,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잘 못하는 측면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외래 전후로 환자 리뷰를 하고 외래를 보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면, 내 시간의 대부분이 환자 진료에 할당됩니다. 그것 말고도 해야하는 일들이 많은데 제대로 못하고 삽니다. 그래도 저는 환자 진료에 제일 많은 시간을 쓰고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환자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저에게 뭘 기대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에게 100% 잘 할 수는 없지만
저에 대한 환자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건 인간적으로 서로에 대한 예의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상호적인 마음의 교류가 있기 때문에 환자진료가 으뜸으로 중요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진료를 보는데
저에게 다시 진료를 받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거린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주치의 없어도 자기 힘으로 잘 살아야죠'
전 그렇게 썰렁하게 말했지만
나에게 그런 뜨거운 마음을 전해주고 간 환자들을 진료하며 행복했습니다.
우리 환자들에게 정말 좋은 의사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깊이 다짐합니다.
내가 당신께 받은 사랑만큼
최소한 그만큼은 되돌려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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