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지침이라는 것,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치료의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되기 때문에
그 원칙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최대한 그 원칙을 지키는 치료를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환자에서 그 원칙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때론 모험적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때론 근거가 좀 약해도 새로운 약을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경험도 미흡하고 실력도 짧이 매번 시도가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것만으로 저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도 없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니, 실수가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최선을 다해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저의 진료와 치료지침에도 한계가 있고 저도 잘못을 합니다.
다른 어떤 환자들보다 우리 유방암 클리닉 환자들, 그리고 저에게 진료를 보시는 다른 환자들이 그런 저의 한계와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믿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합니다.
최선의 진료가 단지 고민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주치의의 말을 믿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했건만
병이 좋아지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을 보며
지식과 실력으로 이런 문제들을 뛰어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몸부림치지만
그런 고민 또한 순간에 해결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 2월은 각종 국책 과제나 국가 연구비 응모가 마감되는 기간입니다. 저도 연구계획서를 하나 준비헤서 응모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아이디어지만, 그런 생각들을 어떻게 입증하고 어떻게 실험하고 어떻게 현실에 적용해야 할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시작입니다.
밤 세워 자료를 찾아보고, 선행연구를 소개한 논문도 읽고, 심사하는 사람들이 내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계획서를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봅니다. 부족함이 많은 걸 뻔히 알면서도 일단 접수를 했습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라도 다시 도전해 봐야지 싶은 마음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게 공부하고 계획서를 쓰는 와중에는
병실의 환자, 외래 환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고민이 잘 전환되지 않습니다.
연구는 과학이지만
환자 진료는 내 마음과 정성과 직관이 필요하며 환자와 교감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때문에 단지 과학이라고 말하기에 복잡함이 많습니다. 그래서 의료는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가장 과학적이어야 할 의료를 예술이라고 말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연구와 진료, 이 두 가지를 병행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전공의 교육은 일단 뒷편으로 밀어둡니다. 지금 내 코가 석자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여러모로 참 많은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능력되는 만큼만 일해야하지요. 내 그릇의 크기와 모양대로 살아야지요. 주제파악을 해야 합니다.
간장종지인 내가
큰 물그릇이 되고 싶어 들썩이다가
그나마 담겨있는 간장마저 다 엎어버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 새로운 연구가 있지 않으면 환자 진료의 가이드라인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뭣 좀 더 잘 해보고 싶어서, 뭣 좀 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용을 써 봤습니다.
내 욕망을 실현시키는 연구가 아니라
표준지침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잃지 않아야 겠다고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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