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Of Customer
고객의 목소리
아마 나에게 진료받는 환자 중 한 분이신것 같다.
이 병원을 20년 넘게 다니고 있다.
유방암 치료도 몇년째 받고 있는데 그동안 당뇨약 처방도 쭉 같이 받아 왔다.
이번에 약을 타러 약국에 갔더니 약값이 매우 많이 올랐다.
확인해 보니 당뇨병이 경증으로 분류되어 본인 부담율이 30% 에서 50% 로 올랐다고 한다.
당뇨병 약만 동네에서 타라고 하는데,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VOC가 접수되었다.
주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고, 이미 여러 환자들에서 비슷한 불만들이 나왔었던 바이다.
당뇨, 고혈압, 심장약, 골다공증 등등이 그런 약이다.
이미 나에게 직접 말씀하신 분들도 많았고
나도 진료시간에 여러번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얼추 상황 설명이 되었을 거고 생각했는데 모두 다 이해하신 건 아니었나 보다.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약값 중 약 조제비 비율이 30%에서 50%로 오른 것은
지난 2011년 10월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한 것으로
'약값 본인부담률 차등제도'에 따라 52개 의원중심 질환에 당뇨병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질환이 의원중심 질환으로 책정이 되면
해당 질환에 대해 의원이 아닌 상급진료기관에서 관련 약제를 처방받을 경우 본인부담율을 더 높게 책정되도록 된 것이다.
반드시 상급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 경증 질환까지 상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환자가 큰 병원에 몰리게 된다. 그렇지 않게 하기 위해 전체 의료기관을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 - 3차 의료기관으로 구분되어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진료를 받도록 구분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으면 전체 진료비에서 자기가 부담하는 약제비의 비율을 50% 내도록 제도를 변화시킨 셈이다.
그렇게 구분된 경증 질환에 당뇨가 포함되어 - 이러한 결정도 의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았지만 -
약제비의 본인부담율이 30% 에서 50 %로 상향 조정되는 바람에
대학병원에서 당뇨약을 처방받으면 예전보다 자기가 내야하는 돈이 더 많아졌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당뇨약 처방을 위해서는 의원이나 병원급 진료를 권유하는게 맞다. 그리고 당뇨의 심각한 합병증이 있어서 꼭 대학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원이나 병원급 진료를 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기도 하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이므로 우리 병원 자체적으로 해결방법을 마련할 수가 없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도 어렵고 불편함도 많지만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대학병원 종양내과 의사인 내가 당뇨약을 처방하며 당뇨에 대해 잘 모르고, 관련 검사도 안한채, 그냥 같은 약만 처방하게 된다. 그것은 환자에게도 좋지 않다. 혈압약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암치료로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와 처방을 동네병원을 이용해서 받으시도록 권유하고 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환자들의 진료를 전환시킨 상태이다.
내 앞으로 VOC가 발생했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내 앞으로 접수되는 VOC가 몇건이나 되는지 어떤 내용이 주를 이루는지 궁금하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환자들은 나의 진료를 받으며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점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환자들은 마음은 안그래도 내 앞에서는 다들 괜찮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눈 앞에 있는 의사에게 대 놓고 어떻게 불만을 폭로하겠는가.
병원을 다니면서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이해가 안되고 복잡한 것들이 많다. 금방 화가 난다.
의사인 나도 그런데 환자들은 오죽하려나...
몸도 아파서 예민해져 있는데
병원에만 오면 자꾸 화가 나니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불만이 쌓인다.
병원에 접수된 VOC를 잘 분석하면 그런 환자들의 고충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물론 어이없는 VOC 도 매우 많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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