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쯤이었을까?
그때는 새파랗게 젊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이었던 거 같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그때는 음주운전도 두렵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신촌 밤거리를 누비며
꼬질 꼬질한 술집에서 술도 참 많이 마셨었다.
다들 결혼하기 전
풋풋하기까지 한 젊음이었다.
그때 우리가 한 고민 중에 사랑도 있었을까?
그렇게 술을 마시다 눈을 떠보면
대부도 가는 시골길 옆 논두렁에 우리가 탄 차가 서있고
우리는 왜 우리가 거기에 함께 차를 타고 자고 있는지 알지 못한채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었다.
섬에 가야 한다며 길을 떠난 어젯밤 기억이 어렴풋이 날 것도 같다.
그렇게 젊음의 한때를 보냈던 그들도
지금은 각자 결혼해서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썰렁하기 짝이 없는 한국 40대 남자의 아이콘,
무슨 말을 해도 항상 결론은 썰렁하다.
17년전 그날처럼 나를 혼내기 일쑤다.
야, 이수현 넌 그게 문제야.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내편이다.
잔뜩 쌍욕을 섞어 메시지를 보낸 L형, 고마워.
항상 자분자분 내 화를 돋우며 약올리는 K형, 고마워.
우리 대부도 다시 한번 갈까?
내 편이 있다는 건
눈물겹게 고맙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