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그들은 내편

슬기엄마 2013. 1. 29. 16:17

 

17년전 쯤이었을까?

그때는 새파랗게 젊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이었던 거 같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그때는 음주운전도 두렵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신촌 밤거리를 누비며

꼬질 꼬질한 술집에서 술도 참 많이 마셨었다.

다들 결혼하기 전

풋풋하기까지 한 젊음이었다.

그때 우리가 한 고민 중에 사랑도 있었을까?

 

그렇게 술을 마시다 눈을 떠보면

대부도 가는 시골길 옆 논두렁에 우리가 탄 차가 서있고

우리는 왜 우리가 거기에 함께 차를 타고 자고 있는지 알지 못한채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었다.

섬에 가야 한다며 길을 떠난 어젯밤 기억이 어렴풋이 날 것도 같다.

 

그렇게 젊음의 한때를 보냈던 그들도

지금은 각자 결혼해서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썰렁하기 짝이 없는 한국 40대 남자의 아이콘,

무슨 말을 해도 항상 결론은 썰렁하다.

17년전 그날처럼 나를 혼내기 일쑤다.

야, 이수현 넌 그게 문제야.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내편이다.

잔뜩 쌍욕을 섞어 메시지를 보낸 L형, 고마워.

항상 자분자분 내 화를 돋우며 약올리는 K형, 고마워.

우리 대부도 다시 한번 갈까?

 

내 편이 있다는 건

눈물겹게 고맙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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