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그렇습니다.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창회 갔다가 잘 나가는 동기들을 보니 마음이 울적해 진다는 그녀.
내 인생은 뭔가.
스스로 다짐하고 다짐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없다고 생각하며 잘 치료 받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남과 나를 비교하며 실망하는게 인간의 마음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사는 거라고 다짐했건만.
우리는 그렇게 허약합니다.
나는 매번 그녀의 CT를 볼 때마다 마음을 졸였지만
그녀는 씩씩했습니다.
용감하게 잘 치료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간이 병을 못 견디는 것 같습니다.
딸과 함께 온 그녀에게 이제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짧으면 한달, 길면 세달.
갑자기 황달 수치가 올라가는 걸 보니
그동안 겨우 버티고 있던 간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아마 앞으로는 많이 힘들어질 시간이 예상됩니다.
힘들어도 두 딸을 생각하며 열심히 치료받았던 그녀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보입니다.
진료실에서 나가지를 못하네요.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저도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잘 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믿어주었는데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그러나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은 제 몫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맙시다.
그냥 오늘을 잘 넘깁시다.
오늘이 중요한 거에요. 지금 이 순간을 후회없이.
그런데도 후회할 것이 많은 밤입니다.
인간이 그렇습니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삭감 이의신청 (3) | 2013.01.14 |
---|---|
AYAO (Adolescence and Young Adult Oncology) (0) | 2013.01.12 |
학생들의 힐링페이퍼 2 (2) | 2013.01.09 |
우린 환상의 콤비 (5) | 2013.01.09 |
From the voice of the Patients (0) | 201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