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O
우린 아야오라는 줄임말로 읽는다.
용어 자체가 좀 낯설다.
굳이 번역하자면, 청소년/청년기 암을 분류하는 용어라고 보면 될것 같다.
특정 암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젊은 연령대의 환자를 중심으로 (NCCN 에서는 15세-40세로 구분하고 있음)
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종양 질환에 대해
의학적인 면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의 지원과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분류된 것이 아닌가 싶다.
15세 이하의 나이에서보다 15세-40세 사이의 연령에서 발생하는 암의 유병율이 8배 이상 높다.
소아암이 어른의 나이에서 발생하듯이, 어른의 종양이 이 시기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종양의 생물학적 속성은 어른의 그것과 다른다. 어른이든 아이든 같은 진단명이 붙어도 이들 연령대에 발생하는 종양의 생물학적 속성이나 궤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임상양상도 복합적이다. 학문적으로도 새로운 연구영역이다.
백혈병이나 청소년기 호지킨병 같은 병을 떠올려 보자.
이들 병은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치료해야 하고 또 이식을 하면 완치율이 높아진다.
그 과정은 일반 항암치료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도 너무 힘들다. 치료과정 중에 사망율과 합병증도 만만치 않다. 한창 청소년기에 이런 중한 병을 앓으면 정상적인 학교 생활도 하지 못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한다. 몇년간의 투병하여 완치가 되어도 아이의 정신세계는 많이 피폐해져 있다.
치료 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임신,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료제의 후유증으로 원래 암의 재발이 아닌 이차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원래의 병은 완치가 되었어도 또 다른 병의 위험도 높은 편이고 한참 예민한 청소년기,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이 많이 황폐화된다. 이들에게는 인터넷 만이 세상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된다. 그래서 인터넷이 이들 정체성의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 AYAO 에서 주로 다루게 되는 암 중에는 골육종(osteosarcoma)이나 생식세포종양(germ cell tumor)이 있다. 이들 암 역시 치료성적이 좋다. 심지어 생식종양은 뇌로 전이가 되어도 완치가 된다.
7년 연속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 대회에서 우승을 한 랜스 암스트롱도 생식세포종양 환자였고 뇌와 폐로 전이가 되었지만 완치가 되었으며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로 활약하여 이 병이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들 연령대에는 뇌종양도 많이 발생한다. 앞에서 언급한 병들보다 예후는 좋지 않다. 뇌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고 잦은 재발로 안해 여러 차례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수술의 후유증으로 전신의 운동기능과 언어기능들이 떨어지면서 젊은 환자들의 자아 정체성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젊은 시기에 암에 걸리면 암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는 짐이 된다.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수많은 환우회나 동우회가 결성되어 그들 스스로의 고민과 과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들의 요구이 비해 의사들의 관심이 없었다. 이 영역에서는 소아과, 종양내과, 방사선 종양학과, 생식 관련 내분비학을 전공으로 하는 의사 및 심리학자, 간호사, 완화의료전문가 등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암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으로 그 후유증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아 '평생 관리'의 대상이 된다.
또한
결국 회생되지 못하고 사그러지는 아이들/젊은 환자들도 있다. 이들의 죽음은 부모, 형제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이들은 어린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며 평생 트라우마를 갖는다. 환자 한명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가 된다. 이들을 위한 완화의료서비스나 호스피스는 또 다른 형태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우리 병원 호스피스 팀의 황애란 간호사가 이 분야를 전공으로 공부하시고 환자 진료에 적극적이시다.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이들에 대한 그녀의 각별한 사랑, 가족에 대한 돌봄이 극진하다. 이 분의 활동보고를 들으면 정말 눈물겹다.
내가 주로 진료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도 이들 그룹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기 전, 혹은 이제 막 결혼한 젊은 유방암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은 할머니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아주 다르다. 고민할 것이 훨씬 많다. 암의 속성도 공격적이다. 암 치료하는 것도 쉽지 않고 암 말고 다른 것도 어려운 일이 너무 많다. 환자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이들에 대한 지지체계가 여러모로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병원에서는 소아과 교수님이신 한정우 선생님이 AYAO 환자를 진료하고 계신다.
한정우 선생님은 소아과 혈액종양 전문의이자 동시에 내과 전문의이기도 하며 내과에서는 종양내과를 전공으로 성인암에 대해 진료하신 바 있다. 지금은 소아과 교수님으로 진료하고 계시지만, 선생님은 소아로도 성인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AYAO 환자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그 누구도 전문적으로 고민하지 못하는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치료 성적이 높은 프로토콜이 있어도
아이들이 반항하고 말을 안들으면 치료가 진행이 안된다. 한마디로 이들 환자 그룹은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툭하면 치료를 안받겠다고 한다. 밥도 안 먹고 단식투쟁을 벌인다. 회진을 도는 선생님도 더이상 오지 말라고 밀쳐내 버린다. 그러다가도 마음을 잘 달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태연히, 씩씩하게 치료를 받는다. 그들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관건이다. 지속적으로 치료 순응도를 높게 유지하지 않으면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 그래서 한정우 선생님은 고민이 많다.
병원이라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자본의 효율적인 경영, 수익성 창출이 우선시되는 시대지만
주말에도 병원에 나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영역에서
돈도 안되는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해
이들 환자와 가족에 대한 quality care를 위해 애쓰며 일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효율과 경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과 헌신의 힘을 느끼게 된다.
한정우 선생님, 황애란 선생님, AYAO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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