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길로 가다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흠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떄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한참 동안 안 보고 지내던 한 선배가
내 마음을 읽은 듯 나에게 이 시를 보내주었다.
가만 보니
나에게만 보낸 것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겸 좋은 글이라고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왠지 나를 염두에 두고, 나를 기억하고 보내 준 양
나에게 유독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 느껴진다.
인생의 내공이 있는 자만이 뱉을 수 있는 문장인것 같다.
나는 아직 멀었지.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는 나.
나도 내공을 쌓아야지.
그리고 위엄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올해 읽은 문장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연말답게 반성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추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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