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본과 4학년이 되는 학생들에게는
'선택특성화 과정'이라는 2달간의 시간이 자유롭게 주어집니다.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걸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4학년이 되기 전 수개월전부터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서 학교로부터 승인을 받습니다.
관심있는 분야를 정해 외국 대학이나 병원 혹은 우리나라 대학이나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기도 하고
- 비용은 자기가 부담해야 합니다
의료와 관련이 있는 혹은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분야를 경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에 가서 인턴 기자처럼 일해보기도 하고
국내외 의료 소외지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사람을 구하는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 의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사람
남극 기지에 다녀오는 사람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의사가 되기 전에 다양한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하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1998년부터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아주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4학년 선택 특성화 과정에 미쳐 마무리하지 못한 사회학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의대를 다니면서 사회학적 상상력이 소멸되어 가는 것을 아쉬워 해서 책도 읽고 논문도 쓰고 그럴려고 했던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후회가 많습니다.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이라는게 한두달 공부한다고 생기는게 아닌데, 그때 과욕을 부린 것 같습니다. 지금 같으면 해 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너무 진부한 선택이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4학년에 되는 학생 중 몇 명이
환자들과 함께 하는 힐링페이퍼 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그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치료와 치유의 경험은 단지 의사와 환자들과의 관계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 사이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공감하여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동우회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때로는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 의사가 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제대로 된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환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해보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의 전재매체를 개발하는 것이 구체적인 계획인 것 같습니다.
테스트용 샘플을 보내줬는데
아직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제가 보기에는
여러가지 헛점도 많아 보이고 우려가 되는 면도 있고 준비도 부족한 것 같지만
어차피 젊음이라는 것, 학생이라는 존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니
뭐든지 뜻을 가지고 도전해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거라고 믿습니다.
이 학생들이 유방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외래 대기 시간동안 학생들이 환자들에게 인터뷰를 청했는데,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는 저랑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원치 않으시면 안하셔도 됩니다.
다만 경직된 의사가 되기 전에
환자들의 voice를 직접 듣는 기회를 갖는 것, 병이나 치료, 치유의 과정을 환자들의 시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래에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면
이런 일을 준비하고 있구나 이해해 주시고
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학생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진료 상황에 의사와 환자가 아닌 제 3자-학생들도 곧 의사가 될 사람이니 딱히 제3자라고 말하면 섭섭하겠네요-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저도 우려가 되지만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 좋은 의견들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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