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남한산성

슬기엄마 2012. 12. 19. 11:21

 

 

2007년에 나온 김훈의 남한산성.

소설도 밑줄치면서 읽는 나는

당시 남한산성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밑줄을 쳤는지 모른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작가의 말에서부터 가슴이 먹먹하다.

 

김훈이야 대한민국이 내노라 하는 글쟁이니까

그의 글솜씨에 대해 더할 말이 없지만

과거의 어떤 역사적 사건과 시점에 대해

현재의 사람으로서

현재적 관점에서

현재에도 유사하게 재판되는 사회적 사실을 비유하는

그의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면

그를 단지 '탁월한 소설가'라고만 지칭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그의 분석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오늘에도 유효하다.

 

병자호란, 

자기 백성을 남의 나라에 노예로 바치며 남한산성에 갇힌 채 목숨을 연명하는 무기력한 임금과 신하들.

꺼져가는 나라의 운명 앞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

역사소설이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다.

그 사실이 놀랍다.

그래서 밑줄을 많이 쳤던것 같다.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김훈이 한 말이 더 인상적이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다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라는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영혼과 존재를 걸고 글을 쓰는 글쟁이가

문학이라는 걸 하찮은 거라고 말한다.

김훈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걸고 글을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시간별 투표율이 예년에 비해 유래없이 높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는 나라에서 사는게 좀 그렇다.

 

누구의 말처럼

나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크게 기여한 바가 없는 사람이요,

그 혜택을 본 사람 중의 한명에 불과한 소시민에 불과하니

최소한 투표라도 하는게 일개 '시민'으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

저녁 6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면 대략의 결과는 짐작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시간이 무섭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나 단순한 이유로, 자기 중심적인 사고로,

선을 긋고

주저함없이 양비론의 극단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역사속에

무수히 반복되는 일들이다.

 

김훈의 글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런 불편함 가운데 불편한 진실이 있는게 아닐까.

그의 책을 덮고 나면 

그래, 어떻게 살아야겠어, 그래, 뭐가 진실이었어, 그런 교훈을 느낄 수 없다.

어차피 세상사에 교훈은 없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것 같다.

 

오늘은

남한산성을 다시 읽기 보다는

작년에 썼다는 흑산이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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