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미리 받는 성탄절 카드

슬기엄마 2012. 12. 13. 22:42

 

 

외래를 다니는 암환자들은 대개 3주 단위로 치료를 받는다.

이번 주 외래에 오신 환자들의 다음 주기는 새해이다.

올 한해가 3주도 안남았다는 싸인이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성탄절 카드를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키보드에 익숙해져 손글씨를 쓰는게 어색해진 나, 가끔 편지나 카드를 쓸 때면 어찌나 손이 떨리고 글씨도 삐뚤빼뚤 엉망인지 몇번을 망치기 일쑤다. 그래서 정성껏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눌러쓴 환자들의 글씨를 보면 새삼 그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어색한 듯 카드 한장.

어색한 듯 사과 한개.

어색한 듯 커피 한잔.

쑥스럽게 선물을 내밀고 간 환자들의 마음이 징하게 고맙다.

그렇게 나에게 뭔가를 주고 싶어하는데

정작 선물을 받는 나는 썰렁한 초콜렛 한개, 아니면 항암제로 그 마음에 답한다.

 

때때로 쑥떡을 만들어 오시는 분, 오늘은 대추차를 작은 보온병에 끓여 오셨다.

 

매번 저에게 이렇게 좋은 음식을 선물로 주시는데,

저는 이렇게 독한 항암제만 드리는군요. 죄송해요.

 

그 덕에 제가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요. 괜찮아요. 선생님.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선생님이 건강하셔야 제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죠.

 

소중한 마음을 담아 카드를 선물해 주신 환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카드 한장에는 세상 무엇보다 고귀한

건강과 사랑, 감사, 희망, 소망 등의 소중한 가치가 가득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나에게 나누어 주신 환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두고 두고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좀 더 카드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ㅎㅎ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마음만은 따뜻하게

우리 서로에게 사랑의 카드를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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