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못 봤는데 누가 얘기해주더라구요.
지난주 개콘에서 나온 얘기라며
예수님 생일인데 여자친구가 선물받는 날이라고. ㅎㅎ
성탄 전야인데 오늘 날씨가 아주 추웠어요. 그래도 전 외래를 마치고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그냥 하루하루를 비슷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외래를 보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머리도 멍해져요. 그래서 외래가 끝나면 산에 다녀올려고 노력합니다.
오늘 안산 풍경입니다.
인적이 드문 것 같지만, 눈 길을 헤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신기하게도 산에 가면 나무가 있어서 그런지, 평지보다 춥지 않습니다. 산에 가서 가볍게 땀 흘리고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고 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그런지 여기 저기서 안부 메일과 문자가 오네요.
나를 기억해서 보내준 특별한 메일도 있고
단체 문자도 있고
내가 먼저 보내지 않고 받기만 하는 주제라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저도 안부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메일 몇 통을 보내 봅니다.
무슨 날이라는게 있으면
몸이 아픈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찬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는데 나만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도 들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의 문자 중에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안 좋은 맘을 달래며 사는게 인생이랍니다.
마음씀이 고마운 문자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여도
새롭게 항암치료를 시작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첫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뇌전이로 안면마비가 생겼지만 더 이상 치료받지 않고 싶다며 퇴원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아직 진단되지 않은 병 때문에 두려워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지금 EMR를 열어보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치료가 지연된 채 협진이 의뢰된 환자도 있네요.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더 슬프네요.
모두들 가슴에 찬바람이 불지만
눈물겨운 사연을 가슴에 품고
슬픈 마음 꾹 참고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런게 인생인가 봅니다.
뭔가 기뻐야할 것 같고
즐거워야 할 것 같고
행복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주는 날,
묵묵히 치료를 받고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환자들에게
저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내 놓을 수는 없지만
슬픈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모두의 마음에 평화가 깃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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