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뻐근하다.
잔뜩 긴장하고 책상 앞에서 일을 한 탓인지
양 어깨에 귀신이 앉아 있는 것처럼 무겁다.
늙은 의대생 시절, 나에게 가끔 마사지를 해주는 동기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이 노쇠한 언니를 위해 자기 쉬는 시간을 할애하여
내 어깨도 주물러 주고 척추뼈도 두들겨주고 나를 그렇게 만져주었다.
그러나 가끔.
마사지를 하는 사람도 힘드니까. 자기의 에너지를 나에게 주는 것이니까.
그녀가 긴장해 있는 내 목 주위 근육을 주물러 주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이고 시원하다.
마사지를 통해 우리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배아프면 엄마들이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질러 주며 엄마손 약손을 해준다.
그 온도와 터치가 주는 에너지로 아이들 배가 낫는다.
항암제로 인한 손발저림
항암제로 인한 피로감
병의 진행으로 인한 림프 부종
이런 증상들은 약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병원 호스피스 팀 자원봉사자들 중 일부는 발맛사지를 배워서
말기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부은 다리에 마사지를 해주곤 하는데,
실재 부종도 잘 조절되고,
환자들의 불편한 증상도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감도 매우 높아지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은
사람의 온기로 좋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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