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다시 만날 그녀

슬기엄마 2012. 10. 12. 09:36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는 어려운 것으로 결정을 했다.

환자를 돌봐 줄 사람이 있는 친정 집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남편은 일을 나가야 하니까 그녀를 돌볼 수가 없다.

혹시 병원 갈 일이 있으면 어떤 병원으로 가시라고 소견서도 준비해 드렸다. 우리 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선생님이 계신 병원이라 그 선생님께 전화로 부탁도 드렸다.

 

그렇게 2달 정도 지났다.

그녀 상태가 많이 않좋아졌나 보다.

남편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환자가 그동안 치료받은 적이 없는 지방으로 가게 되니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내가 연락처를 줬었나보다.

 

임종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몇일 환자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어 하니

가족은 또 당황하고 있나 보다.

 

진통 조절도 잘 안되고.

더 이상 집에 있기가 어려워서 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 가면

지금 환자 상태는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검사하고 치료할 상태가 아니라고 하고

작은 요양병원은

자기네가 보기에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부담스러운 환자라고 한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결국 환자는 어느 병원에도 입원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은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 병원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병원과 의사는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되는 holy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싶어한다. 혼동하면 안되는 것은, 이 척박한 건강보험 환경의 제약을 뚫고, 우리나라 병원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기업이지만 기업이라는 걸 전면에 내세우면 안된다. 돈을 벌지 못하면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좋은 검사기계도 못 산다. 그러므로 병원이 돈 벌려고 갖가지 전략을 쓰는 걸 욕하면 안된다. 물론 양심과 윤리가 전제되었을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한국 건강보험 발전 과정의 역사적 맥락과 현실 정치의 흐름이 있고 이것을 분석하는 연구도 많지만, 여하간 지금 당장 내 눈앞의 환자를 볼 때는 그 분석이 중요하지 않다. '왜' 보다는 '어떻게' breakthrough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는

검사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CT, MRI 뿐만 아니라 간단 피검사 조차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수액도 많이 드릴 필요가 없다.

과도한 수혈이나 비싼 항생제도 추천되지 않는다.

필요하면 진통제 정도.

결국 병원입장에서 돈 되는 모든 것을 환자에게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임종 전 치료의 원칙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는 가능한 최소한의 칩습적 행위만을 허용해야 한다.

즉 최소한으로 조치를 해서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병원이 진료하는 것은 수익율 마이너스이다.

 

그러나

입원장을 드렸다.

 

아무리 그래도

누가 뭐라 해도

환자가 못 먹고 죽으면 안되니까.

그런 환자도 입원시켜서 치료하는 나를 뭐라 하지 않는 우리 병원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