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환자의 칭찬에 목이 메이다

슬기엄마 2012. 9. 25. 00:23

 

 

우리 병원에는 친절 직원 추천제도가 있다. 환자들이 해주는 것이다.

어떤 환자가 나를 친절 직원으로 추천해주면

그가 쓴 추천의 이유가 나에게 메일로 온다.

익명의 누군가일 때도 있고

환자의 이름을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추천의 이유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그가 누구인지 알면 특히 더 그렇다.

그 생명의 불꽃이 어느 정도 남아있을지 짐작이 될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럴 때가 있다.

 

나를 칭찬해주는 문구를 내가 볼 때 사실 좀 오그라든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그리 그렇게 대단한 것이 없다는 것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는데, 환자들이 나를 친절하다고, 좋게 표현하는 내면에 나를 향한 환자마음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일 때도 있다.

 

선생님,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때론 내 마음이 도를 넘어 환자에게 오바해서 다가갈 때도 있고

때론 내 마음이 칼처럼 차가워져서 환자에게 냉혹한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오늘 아침 회진, 남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환자는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환자에게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서 저에게 요청해 주세요.

지금 환자를 위해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요.

가족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주세요.

 

그렇게 냉혹한 말을 남편에게 던졌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녀가 쓴 추천의 편지를 받았다. 나에게 고맙다는. 언제 쓴 것일까?

 

대학병원의 입퇴원은 냉혹하게 결정된다.

지금 눈앞의 환자의 상태를 신속히 진단하고 치료하고 급성기가 지나면 퇴원시켜야 한다.

단지 경과관찰을 하기 위해 수일 수주일을 병원에 머무르면 안된다.

그건

병원의 수지타산에도 안맞는 일이고

3차 의료기관에서 그렇게 경과관찰하는 것으로 환자가 적채되기 시작하면

상태가 급한 상태의 다른 환자가 병원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의 원리상으로도 안맞는 일이다.

그래서 냉정하게 퇴원을 강권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원을 시키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

퇴원하면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

 

나는 그가 곧 죽을 거라는 걸 알 고 있다.

그래서 아직 환자와 가족이 아직 임종 준비가 안 되어서 퇴원시키지 않고 있다.

나에겐 그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충격이 되니까. 

마지막 가는 길을 매정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시간을 좀 끌고 있다.

 

그런 그녀의 편지.

목이 메인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