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평소 결심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5번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
그런 것인데요
(환자 보는거 빼고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여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이 제 삶의 원칙이었는데)
지난 한달, 그리고 최근 몇일 글쓰기가 뜸했습니다.
어제까지 박사학위논문 심사를 받느라 그랬습니다.
그것때문에 다른 많은 일들이 정지되어 있네요.
다른 건 괜찮은데
블로그가 제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블로그는 제 진료일기인데 그걸 안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니 아주 마음이 찜찜했어요.
저는 블로그 글을 쓸 때 오늘 내가 진료했던 우리 환자들과의 대화, 삶, 시간들을 되돌이켜 생각하는데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진료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환자들이 티 안내고 글 읽고 가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난 케익보다는 제과점에서 파는 빵을 더 좋아하는 빵순이라는 글을 올렸더니
다음날 단팥빵, 소보루빵, 크림빵 그런 빵을 몇개씩 사다주고 가신 환자들이 많아서 남몰래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닐 가득 그 빵을 보면서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빵을 사주고 가신 환자들의 더 큰 마음이 느껴져서, 아, 내가 의사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은 황송함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글을 올리지 않았던 몇일 사이에도
내 마음을 울린 환자, 내가 울린 환자,
내가 말실수하여 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 환자가 내 마음을 상하게 한일,
항암치료 반응이 좋아 많이 좋아지고 기뻐했던 환자, 갑자기 나빠져서 돌아가신 환자,
그 모든 우주 속의 삶이 우리 환자들 삶 속에 녹아있고 나 또한 그 공간에 함께 하는 사람으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록에 남기지 않으니 기억이 희미하군요.
저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진 이 공간
그리고 매번 값지게 만나게 되는 진료실의 시간
그 시간과 공간이 주어짐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재충전하여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조만간 박사가 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환자분들이 진료실에서 '박사님'이라고 부르면 아주 마음이 불편했어요. 박사가 아닌데 그렇게 부르시니깐요. 그럴 때마다 저 박사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그런데 이제 심사를 마치고 논문을 정리하여 제출하면 7월에 학위를 받게 됩니다.
저 많이 축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