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학생 실습 강의

슬기엄마 2012. 6. 4. 12:39

실습 학생 강의

 

오늘 오전에 종양내과 실습을 도는 학생들에게

임상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

우리 의과대학의 똑똑한 아이들.

내가 재미있는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하는데도 계속 졸고 있다.

이번 3학년들은 작년 나쁜 소식 전하기수업시간에 한번 만난 녀석들이다. 내심 나는 반가운데 애들은 계속 존다. 세상에 7명이 함께 하는 수업에서 조는 저 배짱은 무엇이란 말이냐.

 

확실히 수업시간에는

여학생들의 태도가 훨씬 좋고 적극적인 것 같다. 똑똑한 질문도 많이 하고.

졸고 있는 남학생에게

질문을 하나 하면 수업을 끝내겠다고 했더니

아까 설명한 내용을 못 들었는지 내가 설명한 내용을 질문한다.

난 그래도 학생들이 좋다.

그들의 말랑말랑한 뇌에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뭔가 호기심을 갖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뿌듯하다.

 

오늘은

학생들에게 평소 내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 전에 내가 먼저 먹어보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환자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건강보조식품,

누가 먹어보니 좋았다고 하는 약,

내가 주로 처방하는 일반약 들을

왠만하면 한번씩 먹어보고

환자들에게 설명한 후 준다고 했더니 약간 존경하는 눈빛을 보낸다.

짜식들, 내과 의사는 약으로 승부하잖아.

효과도 알고 독성도 잘 알고 있어야 약을 잘 쓸 수 있는 거야.

 

그런데 항암제는 맞아보거나 먹어본 적이 없다. 겁이 난다.

항암치료 중에 백혈구가 떨어지면 맞는 백혈구 촉진제도 맞아본 적이 없다. 한번 맞아보기에 너무 비싼 것도 있지만, 그거 맞고 골수에서 백혈구들이 튀어나올 때 엄청 아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한다. 그래서 항암제 먹고 입이 헐어 오는 환자, 항문이 찢어져서 오는 환자, 설사하는 환자, 어지러움증이 심해지는 환자, 손발이 벗겨져서 아픈 환자, 내가 미쳐 설명하지 못한 독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고 그렇다.

 

내가 할 일은

독성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을 주는 것,

일단 발생한 독성을 잘 치료해주는 것,

독성이 더 생기지 않도록 용량 조절을 잘 하는 것,

가능한 독성을 미리 설명해서 환자가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정도가 되겠다.

 

전임상, 임상 1,2,3, 종양학에서 임상연구의 의미와 장단점,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를 보호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환자를 진료하고 임상연구를 운영하는 의사의 윤리에 대해 원칙적으로 설명했다. 내과 뿐만 아니라 어느 과를 가더라도 한번쯤을 고민하게 되는 주제가 될거니까 개론적으로 설명했다. 졸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에도 꼭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이렇게 학생을 티칭하는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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