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인생 대비

슬기엄마 2012. 5. 28. 17:57

 

오늘 병원 안 안산에 갔다가 소나기를 만났어요.

산이라 아름드리 나무가 있어 그 아래로 잠깐은 피할 수 있지만

갑자기 강하게 후두둑 내리는 소나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어요. 그냥 쫄딱 맞았죠.

오늘 소나기가 올거라는거, 남부지방에 소나기가 왔다갔다 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곧 소나기 구름대가 북상할 걸 알았지만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우산을 쓸 정도로 비가 오면 그냥 맞는거랑 큰 차이 안나니까

비 오면 맞을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했어요.

어차피 산에 갔다 오면

셔워도 해야 하고

갈아입을 옷도 있고 ㅋㅋ

오늘은 휴일이니 이 모든 과정을 서두를 필요도 없고

(바쁜 날 산에 다녀올 때가 있는데 그럴땐 정말 정신없이 뛰어갔다 뛰어내려와야 하고

갔다와서 씻을 시간도 없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소나기가 오든지 우박이 오든지 걱정없다는 심산으로 산에 올랐죠.

소나기가 오기 시작하는데

내심 오랫만에 비 맞으며 산행을 해 보겠구나 기다려지는 마음도 들었어요.

그렇게 잠깐 비를 맞고 시원하게 산행 다녀왔습니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좋은 일로 기뻐하는 날도 있지만

그럴리가 없었는데 문득 생겨버리는 나쁜 일을 대비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껴져요.

저는 후자에 마음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가장 나쁜 일부터 단계별로 상상해 보죠. 그래서 왠만큼 나쁜 일이 생겨도 안 놀래요. 그래서 생길만한 나쁜 일에 대한 준비도 어느 정도 되어있는 경우가 많구요.

살다보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기는것 같아요.

그래서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아요 나쁜 일이 생겨도 '올게 왔구나 잘 버티자'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인생 쿨하게 살고 싶어서 모든 일을 예상할 때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의 스펙트럼을 짜봐요. 너무 비관적인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너무 소심한가요?

나에게는 속상하고

나에게는 억울하고

나는 너무 힘든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의 죽도록 힘든 지금 시간이 그냥 이벤트로 읽혀지기 쉬워요. 그게 세상사 이치에요. 다 내맘 같지 않은 거. 심지어 가족도.

그래서 결국 힘들고 어려운 시간은 내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거 같아요. 누군가의 위로보다는 결국 나 스스로의 힘으로 견디고 이겨내는 것.

그러면서도 죽을 상 안하고 쿨한 표정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것.

그럴려면 내공이 필요하죠.

우리 환자분들 모두 각자 내공을 많이 쌓도록 하세요.

오늘 부처님 오신날 귀한 날이니 부처님께 정성껏 불공 한번 드리고 내공 좀 달라고 합시다.

저요?

저도 내공이 필요해요.

우리 같은 배를 탄거에요. 어색하지만 같은 배를 탄거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