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지 말라 말씀드려도
결국 하고 싶은데로 하시잖아요
제가 이런 말씀 드릴 때
꼭 삐치거나 화가 난 건 아닙니다.
저도 환자 눈높이에서 설명하려고 애 쓰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제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한 두번도 아닌데 맨날 다시 설명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뭐 물어보면 다 하지 말라고 하는 거 같으니까 물어보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저에게 아무 말씀 안하시고 본인이 생각해봐서 해도 되겠다 싶으면
다른 보조식품을 드시거나 다른 치료방법을 병행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걸 저는 나중에 알게 되는 셈입니다.
CT를 찍었더니 병이 나빠졌을 때
그때 슬그머니 얘기합니다.
‘*** 다린 물 먹어서 그런걸까요?’
‘그동안 계속 *** 먹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병이 않좋아 진걸까요?’
때론 좋아질 때도 그렇게 말씀하시죠
‘*** 먹으니까 컨디션 많이 좋아졌어요. 통증도 좋아지구요’
제가 보기엔 항암제 반응이 좋은 거라고 생각되는데, 환자는 내심 다른 생각을 합니다.
환자 마음 편한게 더 중요한 것 같아 그냥 둡니다.
환자라면 누구나 자기 몸을 위해서 뭔가 최선을 다하고 싶어하는데
우리나라 환자들은 그게 먹는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생활습관 개선이나 운동요법 보다는 주로 먹는 것으로 대안을 삼고자 하는 경향이 많다고 느낍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확고하고 단호하게 설명하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과연 나는 얼마나 환자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치료를 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 치료하여 성적이 좋다면 환자들인 내 말을 잘 따를텐데 내 처방이 시원치 않으니까, 내가 시키는대로 해도 별로 좋아지지 않으니까 내심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하시는게 아닌가 그런 반성을 합니다.
이제는 힘 많이 뺐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결국 환자분 하고 싶은데로 하신 거잖아요’라고 말할 때
별로 화가 나지 않아요. 환자 마음이 이해는 됩니다.
환자는
환자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병을 해석하고 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래서 앞으로의 치료방향, 결심을 세우게 됩니다.
의사인 제가 보기에 환자 의견에 앞뒤 안맞는 면이 있는 것 같아도
환자 해석의 지평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평생의 철학, 삶의 경험이 그 해석의 지평에 녹아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말씀드려도 제 말이 환자의 마음으로 투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기회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심지어 부정적인 결과가 알려져 있는데
심지어 환자의 간 상태나 전신 상태를 고려할 때 무의미할 가능성이 높은데
괜한 곳에 신경쓰시고 돈쓰시는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렇게 돈 쓰는거
만에 하나라도 좋아질수만 있다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약해진 환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장사꾼이 많습니다.
전체 의료 경제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의사로서 그걸 방치하는 것도 직무유기라는 생각도 합니다.
한가지 저도 의사로서 섭섭한 것은
병원의 약값이나 처치재료비용 가격이 올라서 조금만 돈을 더 내게 되어도
다들 민감해 하시면서
민들레 다린 물 몇십만원 어치 사먹는거. 그런거에는 별로 돈 안아까와 하시는거 같아서 좀 섭섭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의료비용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저렴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외래의 제한된 진료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할 수가 없어서 오늘은 제 마음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오늘 이런 분들이 좀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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