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방암의 평균 발생 나이가 40대 후반이다 보니
환자의 부모님들이 살아계시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을 모실 자식이 자기밖에 없다며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항암치료 받으면서 어떻게 부모 수발을 제대로 들 수 있겠냐고.
그냥 치료를 안받겠다고 한다.
항호르몬 치료를 하기에는 여기저기 병이 많은데 울며 겨자먹기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였다.
파킨슨병에 걸린 노모를 모시는 딸은 기도한다.
제발 제가 엄마보다 일찍 죽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게 해주세요.
젤로다 2주기를 먹고 많이 좋아졌는데
수족증후군이 심해 손이 많이 거칠어져서 먹지 않겠다고 한다.
그 손으로는 부모님 목욕을 시켜드릴 수가 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효과가 좋아 아까워도 그냥 다른 약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자기 손으로 부모님 목욕 시켜드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고…
치료를 받는 동안
병에 걸린 자식보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진료실을 들어서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피곤해 보일 때, 얼굴이 퉁퉁 부었을 때, 제 날짜에 외래 진료를 오지 않고 한두주일 미뤄서 올 때, 조심히 묻는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네, 지난주에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요.
하필 백혈구 수치가 낮을 때라 장지에는 못갔어요.
아버지께 죄송해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가려고 했는데 다른 가족들이 말려서요.
어머니가 낼 모레 하시는데
지금 꼭 항암제를 바꿔야 하나요?
돌아가시고 나면 저 치료 시작할께요.
(빨리 안돌아가시면 어떻게 하죠? 치료가 지연될텐데… 그런 말이 목구멍 밖으로 나올뻔 하지만 나도 꾹 참는다. 항앙제를 제 날짜에 투여하는 것만이 치유의 과정은 아니니까. 그래도 속은 탄다.)
요즘 계절이 어르신들 많이 돌아가실 때가 아닌데
우리 환자 부모님들 여러분이 돌아가셨다.
상을 치르고 난 환자도 여러모로 삶의 의욕이 꺾여 보인다.
어떻게 위로해드릴 말씀이 없다.
난 그냥 말한다.
오늘
항암치료 할까요?
네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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