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글쓴이 위지안은 1979년생이니까 나보다 한참 어리다.
그녀는 중국 상해 출신으로, 중국에서 대학을 나와 노르웨이 오슬러 대학에서 환경과 생태학에 대해 공부하고 조국 중국에서 숲을 가꾸고 숲에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자가 되어 나이 30에 상해 푸단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다. 푸단대학은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좋은 대학이라고 한다.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성공적으로 통제하며 살아온 그녀.
노르웨이에서도 신문배달을 하며 자기 힘으로 돈을 벌고 공부했던 그녀.
똑똑하고 잘난 그녀.
남편과 19개월된 아들이 있는 그녀.
이제 막 교수로 발령을 받은 그녀는 새벽 2-3시까지 연구하고 강의를 준비하는 맹렬여성이다.
환경을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 하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암을 진단받는다.
몸에 뭔가가 스치기만 해도 너무나 아플 정도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응급실로 실려가, 각종 검사를 하고 HER2 양성의 전이성 유방암 뼈전이를 진단받게 되었다.
그녀느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 통계치만큼 살고 갔다.
그러나 그 시간을 살았던 그녀의 삶과 죽음, 영혼에 대한 깨달음은 평균을 넘어선 것 같다.
이 책은 그녀가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 쓴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투병기 특유의 징징거림과 안타까움 보다는
인간의 영혼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은 것 같다.
진단을 받은 그녀에게 남편은 말했다.
그냥 살아만 주면 돼. 살아서 내 옆에 있어주면. 그리고 우리 '감자'의 엄마로 있어주면. 나는 그 이상으로 지안, 당신에게 바라는 게 없어. 가슴이 있건 없건, 평생 휠체어에 있건 침대에 누워 있건, 그저 지금처럼 나랑 웃으면서 얘기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난 적어도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야. 매일 안심하고 잠들 수 있을 거고, 그럴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 내 곁에만 있어주면 돼. 그럼 돼.
그녀는 고칼슘혈증과 뼈전이로 인한 통증 속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남들보다 훨씬 못 먹고 토하면서도, 남편이 떠먹여주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력하였다. 불안과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머리를 똑바도 쳐들고 당당히 맞서면 생각했던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고 치료를 받는다.
어렸을 때 동네 깡패처럼 뛰어놀던 시절, 노르웨이에서 공부하던 시절, 감자를 낳고 엄마가 되었던 순간, 전공분야를 공부하며 느꼈던 희열 그렇게 그녀의 삶과 젊음을 보냈던 이벤트 그리고 유방암 치료를 시작하고 부작용에 고생하며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일을 오버랩해서 기술하고 있다. 그녀는 아주 절망적이지 않았다. 속상하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임백해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녀에게는 두가지 집착이 있었다. 하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꿈이었던 에너지 숲이었다. 머나먼 노르웨이까지 가서 키워 온 그녀의 순수한 소망. 그리고 그녀의 소망은 푸단대학과 중국-노르웨이 학자연합회가 공동으로 나서서 에너지 숲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녀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는 것.
글쓴이가 유방암 환자인지 모르고 이 책을 샀다.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 책날개에 실린 그녀의 사진이 너무 예뻐서 마음이 끌려 샀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밑줄을 친다.
우리 환자들도 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겠구나....
지금 그녀는 여행중.
그녀의 영혼은 간이역에 멈추었다가 다시 긴 여행을 시작했다.
지금은
현실은
그런 간이역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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