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금방 재발하였다.
현재 계속 재발 중이다.
처음 항암제로 4주기까지 약효가 유지되었던 것이 치료 효과의 전부다.
피부로 재발한다. 뽀글뽀글 병이 피부를 뚫고 올라온다.
항암제를 바꿔서 치료를 하고 있는 중에도 항암제에 굴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고 있다.
나보다 나이가 약간 많은 그녀.
중립적인 표정으로
객관적인 표정으로
선생님 이번에는 이쪽으로 병이 나오고 있어요.
이쪽 피부가 좀 더 빨게 진것 같아요.
그렇게 나에게 보고해준다.
굳이 CT를 찍지 않아도 약효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번 외래에서 윗옷을 걷어 붙이고 병변 주위를 샅샅이 살핀다. 마음 속으로 한숨 가득.
내가 낙심한 표정을 지어도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좋은 약으로 치료해주세요. 그저 날 기다린다.
아바스틴은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보험이 되지 않는다.
난 기존 항암제로는 더 이상 콘트롤될 것 같지 않아서 그녀에게 아바스틴을 포함해서 항암치료를 해 볼 것을 권하였다. 비급여 약제를 권할 때는 부담이 많이 된다.
전이성 유방암에 대한 아바스틴 연구는 질병진행을 늦추는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전체적인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와 같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그룹에서는 다른 그룹에 비해 약효가 좀 더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데이터는 확고하지 않다. 그래서 표준치료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약제 반응이 전혀 없는 그녀에게 이상의 연구 성과와 한계를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1-2 치료를 하러 왔다.
1주일 사이에 병변의 붉은 기운이 잦아들고 있는 추세다. 더 이상 피부 병변이 번지지 않고 있다.
그녀의 가슴팍을 샅샅이 뒤지다가 나도 모르게 '정말 다행이네요' 하며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도 나를 꼭 껴안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다는 걸 난 알 수 있었다.
서로 약간 어색해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1-2 약처방을 하였다.
2주후에 봅시다.
나는 기도한다.
조금만 더...
다음번엔 그녀가 쿨 하게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치 (0) | 2011.11.24 |
---|---|
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환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6) | 2011.11.17 |
효심 (2) | 2011.11.12 |
환자가 달라졌어요! (0) | 2011.11.06 |
지금 상태가 어떤가요? (0) | 2011.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