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생님께 오랫동안 치료받은 환자.
나랑은 지난 8월에 처음 만났다.
나랑 처음 만난 진료시간,
지금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지금 받은 항암치료로 어떤 독성이 나타나고 있는지 질문했다.
변비
속쓰림
콕콕 쑤시는 통증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일반적인 통증이다.
나는 이전 약처방을 참고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방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그동안 약 먹었어도 도움도 안되고 그렇게 추가로 먹는 약 때문에 부작용이 더 심했다며
자기 가방에서 각종 약 봉다리를 잔뜩 꺼내 진료실 책상에 던져놓는다.
그동안 처방받은 약들인데 효과도 없고
그런데도 계속 같은 약만 처방해 준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다소 무례하다.
최근에는 이렇게 처방해 준 약 하나도 안 먹었다고.
아주 화가 났다. 환자 캐릭터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설명을 조곤조곤 하는데도 들을 기세가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관계가 이렇게 형성되면 안되는데? 당황스러웠다.
나는 약 처방을 다 취소하고, 환자가 원하는 약 1가지만 처방해드렸다.
환자의 이름과 ID가 붙어있는 약 봉지들.
나는 환자가 던져두고 간 그 약봉지들을 챙겨서 내 방으로 가지고 와서 보관했다.
그 약 봉지들을 볼 때마다 환자와의 불편했던 진료시간이 떠오른다.
결국 그 환자는 시간이 지나 항암제를 바꾸게 되었다. 병이 나빠져서.
약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지만 여전히 라뽀는 없다. 환자는 바꾸든지 말든지 그런 반응이다.
항암제를 바꾸고 3주 후
바꾼 약으로 2번째 치료를 하러 오셨다.
별 말씀이 없이 얌전히 내 질문을 기다린다.
(원래는 들어오자마자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르던 분이었다.)
환자 말씀하시는게 이전이랑 다르다.
이번에는 별로 불편한 점이 없으셨나요?
선생님, 아주 좋아졌어요. 지금 참 좋아요. 다른 약 안 먹어도 되요. 선생님, 고마워요.
환자 캐릭터가 별로 않좋다고 생각했다.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이 바뀌고
병이 좋아지니
더 이상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래서 종양내과 의사는 항암제로 승부를 걸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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