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효심

슬기엄마 2011. 11. 12. 11:41

나의 토요일 진료는 격주로 열린다.
오늘은 토요일 외래가 없는 날이지만
환자 2명을 진료하였다.

한명은 학원을 운영하는 내 또래 유방암 환자.
처음 진단을 받았는데 목 주위 림프절까지 이미 전이가 되어 당장 수술하는 것보다는 수술전 항암화학요법을 받는게 필요하다.
병기가 높기 때문에 치료를 미룰 수 없는데 
주중 외래에서는
나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첫 설명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어 오늘 진료하였다.

또 한명은 내 또래 아들이 있는 유방암 환자.
이미 뇌로도 전이가 되었다. 그로부터도 2년이 지났다.
환자는 소뇌위축증이 있어서 원래 말씀도 약간 어눌하고 걸음걷기도 편치 않아 휠체어로 다니신다.
그냥 얼핏 보면
환자 컨디션도 않좋아보이고 큰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받은 환자인데
주중에 진료를 하니 사촌 팔촌까지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환자를 모시고 온다.
어른을 모시는 가족들의 효심이 대단하다.
정작 큰 아들은 주중에는 도저히 병원에 오실 수 없는 형편이라
두달전부터는
아들이 병원에 올 수 있는 토요일 진료를 하기로 하였다.
핵심 보호자와 환자의 상태에 대해 밀접히 논의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병이 조금씩 나빠지기 때문에 사진을 보여드리고 약제에 대해서도 상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책임 보호자와 일정하게 면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는 HER2 양성인데 보험으로 쓸 수 있는 두가지 약제를 모두 쓴 상태이다.
더 이상 HER2를 막을 수 있는 약도 없고
일반 항암제로 치료하니 약제 반응기간이 점점 짧아진다.
약제로 치료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고 약제저항성도 높아지는 후반부에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두달 전에 약제를 변경하였는데,
다행히 환자가 조금씩 좋아지는 추세다.
다음달에 CT를 찍어서 반응평가를 하기로 하였다.

더 다행인 것은 기존 치료제인 허셉틴과 타이커브를 다 쓴 HER2 양성 환자에서 병이 나빠질 경우 투여할 수 있는 신약을 포함한 임상연구가 준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 2-3주 후부터 임상연구가 시작될 것 같다. 이 환자가 만약 지금 쓰는 약제에서 치료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병의 진행 정도, 앞으로 예상되는 코스, 향후 임상연구의 가능성에 대해 아들에게 설명하였다.

환자는 
밤에 주무시는 것도 편해지고
진통제 등의 특별한 보조약제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계신다.
환자가 집에 혼자 계시는 시간을 없게 하려고 사촌에 팔촌까지 시간표를 짜서 환자의 일상을 돕고 계신다. 정말 대단한 가족이다. 긴 병에 효자없는데... 그런 가족과 환자를 위해서라면 토요일 특별 진료도 마다할 수 없다.

그녀는 나의 VIP 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