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온열치료 받을래요

슬기엄마 2011. 10. 15. 20:49

항암치료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못 받겠어요.
온열치료 받으면 부작용도 없고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대요. 자연 항암제를 쓰면서요.
저 온열치료 받을 수 있게 소견서 써주세요. CT도 복사해 오래요.

자연 항암제? 무슨 말이지?
20대초반.
환자의 엄마가 나보다 한두살 많은 정도로 젊다.
이 가족에 사연이 많은 것 같은데
나를 처음 만난 그들은 아직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려운가 보다.
사정은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3번 받고 골수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항암치료를 두달째 못하던 중에 자꾸 기침이 나오고 허리가 아팠다고 한다.
폐렴인줄 알고 우리 병원에 왔다가, 조직검사를 할 필요도 없이 명확한 유방암 전이상태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원래 치료받던 병원에서
한달 전에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정도였다고 들었다고 한다.
다시 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직접 봐야 알겠지만,
여하간 최근 한달 사이에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 분명하다.

예쁘고 고운 아이.
현재 자신의 재발 상태를 부인한다. 폐렴이라고 믿고 있다. 본인이 하는 이런 저런 말에 일관성이 없다. 나이먹은 어른이라면 나도 언성높여 맞장이라도 떠볼텐데 그렇게 하는게 어렵다.

폐렴 치료 3-4일만 하고, 온열치료, 한방치료 하는 병원에서 수요일날 가겠다고 선포한다.
자기가 인터넷으로 다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그때까지 소견서 써달라고 한다.
엄마와는 솔직하게 얘길 했는데, 엄마도 경황이 없는 것 같다. 하시는 일 때문에 1주일 정도는 딸과 떨어서져서 어딜 다녀오셔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한방병원에 입원시켜놓겠다고 한다.
딸이 한방치료를 너무 원해서 엄마 말도 안든는다고 한다.
아마 2주 정도 지나면
지금 약간 고여있는 늑막의 물이 더 많이 차서, 숨이 차서 다시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컨디션이 나빠서 항암치료를 못할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에 한번만 더 면담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안하겠다고 하면
2주후에 다시 외래로 오라고 해야겠다.
온열치료 한다는 병원을 대상으로
어떻게 소견서를 써야 하나....

젊다 못해 어린 환자.
내일 어떻게 얘기를 풀어야 할까...
아침에 교회를 간다는데 교회가기 전에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어서 아침 일찍 만나기로 했다.
나도 오늘 밤에는 기도하고 자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현명한 생각이 퍼뜩 떠오르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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