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거칠어진 손을 보며

슬기엄마 2011. 9. 18. 21:56
먹는 항암제
젤로타, 에스원, 타이커브...

주사약이 아니고 먹는 약이라고 해서 훨씬 수월할 줄 알았다.
왠지 항암제 합병증도 덜할 것 같고 병원도 자주 않와도 될 것 같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별로 없을 거라고 기대했다.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입안도 자주 헐고
약간 소화도 안되는 것 같고
얼굴도 거뭇거뭇해진다.
무엇보다도 손이 문제다.
피부 색이 시커멓게 되는 것이 보기 않좋기도 하지만
손발이 자꾸 허물이 벗어지니까 물일 하기도 불편하고 사소한 집안일도 여러가지로 힘들다.
물일이라는 걸 피할 수가 없다보니 허물이 벗어지면서 생긴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손톱 모양도 변형되고 얇아져서 자꾸 부러지고 찢어진다.
거칠어진 손톱, 허물벗어 거칠어진 손으로 뭔가를 만지기도 두렵다.
스타킹도 신기 어렵고
애들 학교 보낼 때 머리 빗겨주기도 어렵다.
잘못해서 연약한 아이 얼굴에 상처라도 낼까봐 엄마 손이 흠칫 멈춘다.
애들 옷 입혀서 집 나설 때 앞뒤로 탁탁 털어서 옷구김도 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며 학교 잘 다녀오라고 엄마의 응원을 보내줘야 하는데
시커먼 손, 거칠어진 손, 부끄러운 손이 되었다.
자칫 관리를 소홀히 하면 진물이 나고 때로 냄새도 난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인데 나도 역겹고 싫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냄새에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
얼굴이 못생겨지고 피부가 상해도 다 이겨낼 수 있었는데
항상 집안 일 해야하는 내 손이 망가지니
마음도 같이 구겨지는 것 같다.

먹는 항암제를 드시는 분들께

1. 구내염 : 중조가글이나 탄툼 가글을 평소에 열심히 하는게 좋습니다. 심해지면 꼭 저에게 입을 보여주세요. 구내염에 동반한 다른 궤양이나 염증이 있을 때는 쉽게 낫지 않으니 추가 처방이 필요합니다.

2. 수족증후군 : 처음 약을 처방할 때 스테로이드 로션과 연고를 드립니다. 평소 보습제를 열심히 바르고 좀 거칠어지는 것 같으면 로션을 먼저, 그리고 부분적으로 연고를 더 바르세요. 심해지고 나서 치료하는 것 보다 예방적인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설사 : 이들 먹는 항암제의 공통적인 특징은 설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페라마이드를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다가 물설사가 시작되면 2알을 먼저 먹고 1알씩 4시간간격으로 드세요. 24시간 동안 4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음날은 2시간 간격으로 1알씩 먹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의학적으로 심각한 설사는 하루 6회 이상으로 칩니다.

4. 손톱 변형과 염증 : 진물이 나고 냄새가 나면 항생제를 1주일 정도 드시면 좋아집니다. 진물이 나게 계속 방치하면 상처가 번집니다. 때론 무좀과 염증이 겹치기도 합니다. 제가 판단이 어려우면 피부과 선생님께 협진을 드립니다. 금방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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