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진료실 초콜렛 바구니

슬기엄마 2011. 9. 15. 17:53


진료실에 초콜렛을 갖다 놓았다.
유방암 치료 받는 엄마들이
처음에는 겁도 나고 병원에 오는 일도 끔찍하고 그래서인지 애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다니며 항암치료받는 일이 익숙해지니까 애기들을 데리고 온다.
그런 애기들을 위해서 진료실에 초콜렛을 사 놨다.
애기들 오면 줄려고.

진료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고
아프고 힘든 엄마는 잘 놀아주지도 않고
애기들은 얼마나 더 재미없겠는가 싶어서 사 놓고
애들 들어오면 진료 전에 애들한테 초콜렛부터 준다.
애기들 욕심은 대단해서
그 작은 손에 다 쥘 수도 없는 초콜렛을 한웅큼 쥐고 놓지 않는다. 이런 욕심꾸러기들.
대개의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한개를 까먹는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나보다.

엄마따라 병원 가는 길, 가면 초콜렛이라도 하나 얻어먹는다고 생각하면 애기들이 엄마 마음을 무겁게 하지는 않겠지...
오늘 보니 바구니가 비었네. 편의점가서 또 한바구니 사놔야겠다.

전이성 암이라 완치 가능성은 없다고 지난주에 딱잘라 말했는데
엄마가 6살짜리 공주같은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속눈썹이 예쁜 아이. 진짜공주님처럼 옷도 잔뜩 치장하고 여우처럼 예쁘게 입고 왔다.
이런 애기 엄마한테 내가 그렇게 모진 말을 했었는지 후회 막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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