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집중력 저하

슬기엄마 2013. 4. 20. 10:36

 

토요일,

가운을 입지 않고 병원을 돌아다닌다.

내시경 접수하고

검사 전 설명듣고

돈 내고

약 타고.

 

설명을 들으면서 뭔가 물어보고 싶은게 머리에 떠올랐는데

설명을 다 듣고 나니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 물어볼게 있었는데....

 

잠시 나에게 시간이 허락되었지만 난 결국 생각이 안난다.

 

나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이 번호로 전화하세요.

 

나는 안다. 이 번호로 전화하면 얼마나 연결이 안되는지...

 

가운을 입지 않고 병원을 돌아다니는 나는 영락없는 아줌마 보호자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내시경 전처치 약을 밖에 있는 약국에 나가서 사야하는지 원내에서 받을 수 있는건지 한참을 들여다 본다.

 

아, 여기 약국 대기 번호가 있구나. 원내에서 타는 건가보다.  

 

약국앞에서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뭘 질문할려고 했더라 그걸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약국 전광판에 번호가 뜬 것도 모르고 있다.

허둥지둥 약을 받아 챙기는데

어? 아까 받은 내시경 설명서 종이가 없어졌다.

뒤적뒤적 하다가 어디다 흘렸나 보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거꾸로 돌아가보는데 없다.

다시 내시경실에 간다. 다른 환자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 또 기다렸다가 사정을 말하고 설명서를 다시 받아왔다.

 

영낙없이 정신없는 아줌마 보호자다.

환자랑 티격태격 싸우지 않은게 다행이다.

 

외래를 보다보면

선생님 뭐 물어볼게 있었는데요

환자들이 운을 띠운다.

말씀하세요.

근데 생각이 안나요.

그럼 이따가 생각나면 다시 물어보세요.

환자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면담을 요청한다. 외래를 두번 보는 셈이다. 시간이 지연된다.

나도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안나는데 환자들은 오죽할까.

앞으로는 시간이 지연되도 이해해 드려야지.

 

일 하는게 느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니

같은 일을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멀티태스킹으로 일을 잘 못한다.

예전에는 이일 저일 동시에 잘 했는데 이제는 한 가지 일을 해도 중간에 내가 뭘할려고 했었는지 중간에 샌다. 논문 검색도 하다보면 딴 걸 찾고 있다. 이런.

 

 

오늘은 좀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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