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처음으로 찍는 사진

슬기엄마 2013. 1. 11. 14:18

6살 난 아이.

태어날 때부터 근육병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고개를 가누고 앉지 못합니다.

근육병에 이은 이차적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세번씩 투석을 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감기 한번만 걸리면 바로 중환자실 행입니다.

두살 위 오빠가 동생을 끔찍히 아낍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생이 앉을 수 있도록 옆에 앉아 지지대가 되어 줍니다.

30대 중반의 엄마는 너무 많이 지쳐있습니다.

눈물도 말라버린 엄마.

 

많이 쇠약해진 아이는

언제 하늘나라로 떠날지 모르는 운명입니다.

그것에 대해 엄마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떠나면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아이의 사진이 한장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의 마음에 순간 찬바람이 붑니다.

내가 너무 했구나.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아이가 똑바로 앉지 못하니

얼굴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내일 투석실에 최종백 화백님이 오셔서 그림을 그려주시기로 했습니다.

최종백 화백님의 그림에서는 아이들의 눈이 살아있습니다.

아이의 안색이 점점 나빠져 가고 있어서

더 쇠약해지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게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아직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눈매를 잘 그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보다 더 생생한 눈.

 

우리가 하려고 하는 Memory Work 입니다.

아이에게

그리고 엄마와 가족에게

우리 아이가 떠난 뒤에도

가족 마음에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려면

아이의 그림 한장이라도 있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도 없을지 모릅니다.

잘 기억된다면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