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를 다니는 암환자들은 대개 3주 단위로 치료를 받는다.
이번 주 외래에 오신 환자들의 다음 주기는 새해이다.
올 한해가 3주도 안남았다는 싸인이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성탄절 카드를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키보드에 익숙해져 손글씨를 쓰는게 어색해진 나, 가끔 편지나 카드를 쓸 때면 어찌나 손이 떨리고 글씨도 삐뚤빼뚤 엉망인지 몇번을 망치기 일쑤다. 그래서 정성껏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눌러쓴 환자들의 글씨를 보면 새삼 그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어색한 듯 카드 한장.
어색한 듯 사과 한개.
어색한 듯 커피 한잔.
쑥스럽게 선물을 내밀고 간 환자들의 마음이 징하게 고맙다.
그렇게 나에게 뭔가를 주고 싶어하는데
정작 선물을 받는 나는 썰렁한 초콜렛 한개, 아니면 항암제로 그 마음에 답한다.
때때로 쑥떡을 만들어 오시는 분, 오늘은 대추차를 작은 보온병에 끓여 오셨다.
매번 저에게 이렇게 좋은 음식을 선물로 주시는데,
저는 이렇게 독한 항암제만 드리는군요. 죄송해요.
그 덕에 제가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요. 괜찮아요. 선생님.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선생님이 건강하셔야 제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죠.
소중한 마음을 담아 카드를 선물해 주신 환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카드 한장에는 세상 무엇보다 고귀한
건강과 사랑, 감사, 희망, 소망 등의 소중한 가치가 가득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나에게 나누어 주신 환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두고 두고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좀 더 카드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ㅎㅎ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마음만은 따뜻하게
우리 서로에게 사랑의 카드를 보내봅시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 안 통하는 할머니 마음도 (2) | 2012.12.18 |
---|---|
재원 일수 (0) | 2012.12.15 |
환자를 안 보니 글이 안 써지네요 (8) | 2012.12.10 |
내 두발로 걷기 (2) | 2012.11.27 |
FDA inspection (1) | 2012.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