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연코 100점짜리 의사가 아닙니다.
아마 저는 최선을 다해도 80점짜리 의사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전 최선을 다해 80점을 맞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것이 임상의사인 제가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대학병원 의사의 역할은
환자 진료를 잘 하는 것 외에도
연구
교육
이라는 중차대한 3대 임무가 기본적으로 부여되는데,
요즘에는 이 중에서도 연구를 강조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연구도 겉으로 측정가능한 논문 편수나 점수가 중요합니다.
의학이라는 것이 원래부터 확고한 정답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논문을 내는 활동에 주력해야 하는 것에 100% 동의합니다.
그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학이라는 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누구에게나 각인된 사실입니다.
그것이 자존심이고 존재의 이유라는 것에 다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진료실적은 오로지 진료환자명수, 수술건수, 수익율로 계산될 뿐
진료의 질은 측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진료의 질은 개별 의사의 양심이 맡겨지는 호사스러운 과제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적인 성과입니다.
심지어 전공의들도 의국에 틀어박혀 데이터 입력하고 통계프로그램 돌리면서 논문쓰는데 집중합니다. 전공의 마치기 전까지 논문 몇편썼는지, 몇점짜리 논문을 썼는지가 그의 능력의 상징입니다.
그 누구도 논문만이 최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교수님들도
환자보는게 제일 중요하다, 그게 기본이다, 그걸 소홀히하면 안된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제가 보기에 궁극적으로 모든 자질과 능력 평가의 기준은 논문입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환자곁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일하며 피곤해 하는 전공의들을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속없고 능력없다고.
환자에 대한 고민은 최소한으로
시간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합니다.
환자의 병력청취나 신체검진에 시간을 기울이고 고민하기보다는 PET-CT나 각종 피검사를 왕창하여 그물에 걸린 고기를 잡듯이 정상 범위를 넘어간 결과를 기계적으로 챙기는 것이 쉽습니다.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그렇게 시간을 아껴야 논문도 읽고 쓰고 할 시간이 생기는거죠.
전공의는 우리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진료의 행태를 따라합니다.
그들의 진료패턴을 보면서 나를 반성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전공의를 많이 혼냈지만
나를 반성할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능력있는 선배, 배울만한 선생이 되려면
나는 나를 얼마나 더 갈고 닦아야 하며 능력을 쌓아야 하는 걸까요?
최선을 다해도
제 역량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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