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가족 중에 암환자가 생겼을 때

슬기엄마 2012. 8. 10. 11:56

가족 중에 암환자가 생겼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족은 공기와 같은 존재.

평소에는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야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된다.

소중하지만 무심하게 지냈던 우리 가족의 누군가가 암을 진단받았다.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가장 중요하게 명심해야 하는 사항은 병원의 의료진 못지 않게 가족이 중요한 치료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이다. 즉 나도 치료과정을 함께 하는 멤버 중의 하나라는 것. 약을 제때 챙겨주는 일, 부작용을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일,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기록해 두는 일,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알리는 일, 환자 곁에서 지금 하고 있는 치료가 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아닌지를 관찰하고 상의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 등 가족과 보호자가 신경쓰고 챙겨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지지자는 환자의 곁에서 내가 치료팀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주체적인 생각으로 환자의 사소한 부분을 섬세하게 챙길 줄 아는 사람이다. 환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암이라는 병에 직면하여 의학적으로 이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전과 다른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이벤트를 경험하게 된다. 예전에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쓱쓱 해냈던 아주 소소한 일까지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손톱을 언제 깎는게 좋을지, 아이들과 외출은 해도 되는지, 심지어 부모님 장례식장에 갈 것인지 말 것인지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평소같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해냈을 일들이 다 고민과 결정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가족은 환자 곁에서 이런 문제를 같이 상의하고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를 챙겨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면 때론 가족이 대신하여 의사에게 질문을 하거나 상담 내용을 메모하는 것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팀에 속해 있는 의사의 이름이나 병원 연락처 등을 기록해 두는 것도 가족과 보호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내가 사랑하는 암환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시스템과 정보를 제때 제공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보호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중의 하나이다.

 

가족과 보호자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이 험난한 치료 여정에서 환자가 잘 견디고 있고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인식시키며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암환자의 가족이 기억해야 할 6가지

 

1.     환자가 가능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라

 

환자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워 하는지, 또는 현재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선택할 때 가족이 옆에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환자들이 버킷리스트를 정하거나,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의 리스트를 정할 때 같이 고민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환자의 마음 속에 많은 갈등이 있지만, 환자도 힘겹게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럴 때 그런 일상 자체를 함께 해주는 것, 그 시간과 경험이 환자에게 큰 힘이 된다.

 

2.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자 할 때 최대한 격려해 주어라

 

환자가 암과의 싸움에서 느끼는 자신의 힘겨운 감정에 대해 말을 걸면 최대한 경청해 주어야 한다. 가급적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고 그냥 당사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암과의 투병 과정에서 겪는 느낌들을 환자와 같이 얘기하는 순간들이 가족에게도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3.     너무 지나치게 도움을 주려고 하지 마라

 

혼자 옷을 입거나, 샤워를 하려고 할 때 가족이 옆에서 도와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가족들의 도움없이 자신의 힘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일처리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환자가 가족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 환자 본인이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다.

 

4.     사람들은 항상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 소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환자와 대화를 할 때 이라는 언어적인 방법만 이용할 필요는 없다. 글이나 제스처, 느낌, 터치 등도 훌륭한 비언어적 의사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 때론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것과 같은 작은 표현이 백 마디 말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바람부는 추운 날 병원에 다녀온 그를 안아주고, 차가운 손을 내 손의 온기로 녹여주고, 부은 다리를 마사지해주는 것. 그런 말없는 스킨쉽이 더 큰 애정으로 전달 될 수 있다.

 

5.     환자가 보내는 작은신호들을 놓치지 말고 포착하라

 

어떤 환자는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는 걸 꺼리기도 있고, 어떤 환자는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표현 방식이 다르다. 또 환자의 마음에는 양가감정이 있어 가족을 귀찮게 하거나 짐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한편에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과 늘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 등 이중적인 마음이 있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런 이중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일치되지 않는 신호들을 잘 포착해서 그때그때 다소 취약해진 그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 좋다.

 

6.     혼자 있고 싶어할 땐 최대한 존중해 주어라

 

환자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때로 조용히 방해 받지 않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땐 억지로 말 시키지 말 것. 대신 그로 하여금 당신이 언제든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환자가 극도로 슬픔에 잠겨 있다거나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해 있다면 이와 같은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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