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Long vacation

슬기엄마 2012. 8. 5. 13:51

 

뭘 해도 일이 제대로 안 풀리는 것 같을 때

마음을 아무리 다잡으려고 해도 잘 안될 때

내가 아무리 애써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

그건 어쩌면 사람의 힘으로 되돌이킬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하늘이 준 long vacation 이라고 생각합시다.

방학이죠.

그냥 놀면서 지내는.

하늘이 준 시간.

그 시간을 잘 견디는 거.

그냥 놀면서 견디는 거.

너무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견디는 거.

 

긴 더위도 너무 이겨낼려고 하지말고 물 많이 마시고 견디고

복잡한 마음도 너무 극복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불안정하게 흐르는 마음 그대로 인정하고

때론 커피 한잔

때론 맥주 한잔

때론 영화 한편

때론 소설 한편

때론 근교 여행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거죠.

지금의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마음 붙잡지 못해 안절부절 불안해도

그냥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long vacation.

결국 방학이 끝나야 하는 것.

방학이 끝날 때까지 그냥 놀면서 기다리는 것.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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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마음을 토로하는 글을 보내십니다.

그럴싸한 답장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위로도

어떤 격려도

도움이 안될 때가 있어요.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제가 당신의 주치의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열심히 할게요.

부디

잘 견뎌주세요.

 

저 또한

비슷한 상황.

저도 잘 견디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