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재미없으나 감동이 있는 음악회

슬기엄마 2012. 8. 4. 12:07

 

 

암환우를 위한 음악회.

저녁 7시, 시작 시간에 맞춰서 강당이 관객으로 서서히 차간다.

항암제를 맞고 있는 환자도 있다.

수액이 연결된 채로,

휠체어를 타고

환자들이 많이 왔다.

환자 간병에 몸도 마음도 노곤한 보호자들도

우리 강당의 편안한 의자에 몸을 기댄다.

냉방도 시원하게 잘 틀어주고 있다.

 

사회를 보시는 분, 음향감독, 무대감독, 합창지휘자 등 출연과 준비팀 모두가 

현재 암으로 투병중이거나, 치료를 받고 좋아진 혹은 돌아가신 환자의 가족들이다.

그렇게 암이라는 혹독한 병으로 인연이 엮인 사람들이

지금 투병중인 또 다른 환자를 위해,

위로와 평안을 주는 음악회가 열렸다.

 

공연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윌름씨 종양으로 방사선치료와 수술을 마친 딸을 둔 엄마가 사회를 보고

지금도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중인 자녀를 간호하며 공연을 함께 준비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부인과 대동하여 무대를 지휘하는 분들이 만든 무대이다.

그리고 기운없고 지친 와중에 공연장에 와서 위로도 얻고,기도도 받는 환자들이 주 관객이다.

 

뭔가가 완벽히 준비된 사람만이 감동을 줄 수 있는게 아니다.

행복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감동을 느낄 수 있는게 아니다.

나에게 모자람이, 나에게 상처가, 나에게 부족함이 있어도, 그리고 그런 부족함이 있으면

더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나에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마음이 복잡하고 서글퍼서 뭔가 정리가 잘 안되도, 그리고 그런 부족함이 있는 상태에서  

더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지금.

감동을 느껴야 하는 것은 지금. 뭔가를 이룰 미래가 아니라.

 

 

지금

 

허허당

 

때론 울고 때론 웃잖아

온종일 울거나 웃을 수는 없잖아

지금 그대 웃고 있는가

그럼 크게 웃어라

지금 그대 울고 있는가

그럼 크게 울어라

삶은 매 순간 열정을 다해

울고 웃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