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가 끝난 오후
혹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저는 연대 안 안산을 다닙니다.
가능하면 매일 가려고 애씁니다.
병원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많으니,
꼭 시간을 따로 내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실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산에 다니는 게 더 좋아요.
이렇게 좋은 산이 연대 안에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지...
한때 제가 마라톤도 했었지만, 이제 그렇게 폭주기관차처럼 뛰기엔 온 관절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쿨럭. 산에 못가는 날 연대 운동장 뛰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마라톤은 이제 안녕이에요.
정상 직전 오르막 길입니다.
이 길을 통과하면 정상인 봉수대가 나옵니다. 이 길이 흙길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지지난주 비오던 날 어느 저녁에 아무도 없어서 한장 찍어봤습니다. 워낙 동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보니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이날은 비가 와서인지 인기척이 없었네요. 가끔 이길에서 환자들도 만나고 그렇습니다. 계단에 서서 상담도 하고 ㅎㅎ
안산 오름길 중 여기가 고비입니다.
여기서 잠시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 쉽니다. 그래도 이 오름길만 뛰어 왕복하며 운동하시는 할아버지도 계시는 걸 알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너무 많이 헉헉 거리면 창피해집니다.
어제 날씨가 아주 좋았어요. 서울에서 이 정도 근사한 풍경 볼 수 있는 곳 별로 없습니다. 사방 팔방 다 둘러볼 수 있지만, 제가 가장 좋은 view는 바로 인왕산이 보이는 이 자리에요. 건너편 보이는 곳이 인왕산입니다. 이 보다 더 뒷쪽을 보면 북한산이 보여요.
그 틈틈히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를 보면, 서울에 참 사람 많이 산다, 바글바글하다,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온전히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빡세게 살고 있는 거겠죠.
최근에 치료를 시작한 어떤 환자, 인왕산 아래로 이사오신다고 했는데...병원 가까이서, 무슨 일 있으면 빨리 와서 진료받고 싶어서 이사오신다고 했어요. 이사하시고 이제 마음에 안심이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많이 불안해 하셨는데, 이렇게 안산 다니며 불안한 마음 좀 잘 다스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마음 않좋을 때 안산에서 많이 풉니다. 혼자 땀흘리며 묵묵히 걷다보면 많은 응어리들이 그냥 풀려요. 늘 같은 길, 같은 풍경 같아서 지루할 것 같지만, 그런 편안함과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산에 다니는 것은 큰 운동이라기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요.
오늘 찍은 내리막길 사진. 거의 다 내려오면 이렇게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구불구불. 이런 소나무 숲을 통과할 때면 좋은 냄새가 납니다. 아주 은은한 솔향. 특히 비온 다음 이 숲길을 걸으면, 그 어떤 향기보다 좋은 냄새가 나요. 신선한 솔향. 아주 매력적입니다.
요즘 너무너무 덥지만, 그래서 바람도 잘 안불고, 그나마도 온풍기 바람처럼 뜨뜻하지만,
산에 오면 신기하게도 시원한 바랍이 붑니다.
슈욱, 슈욱 저 멀리서부터 회오리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소리.
나무결을 따라 바람이 스쳐지나는 그 소리.
그 소리와 흐름을 느낄 때, 마음에도 그런 조용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전 그 소리가 참 좋아요. 나무곁을 흐르는 바람 소리.
자연은 항상 그대로 있습니다.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해가는데 말이죠.
제 마음의 언덕, 제 마음의 평화,
안산을 다니며, 메말라가는 제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를 때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루 한명 내 환자를 위해 기도합니다. 제일 나쁜 환자를 위해 기도합니다.
내 잘못도 반성합니다.
속상한 마음도 달래봅니다.
남을 미원하는 마음도 없애봅니다.
몸 움직이는 운동,
그게 뭐가 되었든 꼭 몸 움직이며 삽시다.
몸을 움직여야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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