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웹툰

슬기엄마 2012. 4. 11. 11:26

 

난 취미생활에 관한 정보를 슬기에게 얻는 편이다.

중학생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슬기는 꽤 괜찮은 정보를 제공하는 나의 공급책이다.

 

: 너무 기운없어. 아무것도 못하겠다. 뭘 해도 의욕이 없어.

슬기 : 그럴 땐 좀 쉬어. 웹툰같은거 보면서.

: 괜찮은 거 좀 소개시켜 줄래?

슬기 : 이런 류를 엄마가 좋아할지 모르겠네. 네이버에 가서 러브판타지페이퍼를 쳐봐.

 

오호,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괜찮았다.

연구실에서 혼자 웹툰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무기력하고 기분나쁜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 러브판타지페이퍼, 괜찮았어. 완전 감동이나 완전 호감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더라.

     내 취향에 맞는 걸로 몇 개 더 추천해주라.

슬기 : 그럼 다음에 가서 강풀의 미스터리심리썰렁물을 봐. 그게 딱 엄마 필이야.

: 여러 개야?

슬기 : . 일단 제일 최근에 나온 조명가게도 괜찮고, 타이밍이나 어게인이 엄마 취향이야.

 

강풀의 작품은 나를 한참 동안 구제해주었다.

몇 달에 걸쳐 조금씩 봤다.

순정만화 계열은 취향이 아니라 건너 뛰고

스릴러물을 다 보았다.

마지막으로 26년과 조명가게까지.

그 무렵 슬기는 나에게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mp3로 주었다.

 

: 강풀거 다 봤는데 또 없어?

슬기 : 이거 좀 유치하지만 나름 철학이 있는 만화야. 네이버에 가서 목욕의 신을 찾아봐. 괜찮을거 같아.

     

슬기는 매일밤 그날의 웹툰을 리뷰하고 잔다. 최소한 1시간 이상 걸리는것 같다.

3.

특목고 원서 지원이 시작되고 있다.

어제 나 대신 학부모 회의를 다녀오신 엄마는 큰 충격을 받고 가슴이 벌렁거린다면서 술을 드시고 주무셨다.

 

난 그래도 슬기한테 물어본다.

 

: 슬기야, 요즘 재미있는거 나온거 없냐?

 

 

아침 회진을 돌면서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젊은 환자에게 제안한다.

 

심심하면 웹툰보세요.

 

뭐가 재미있어요?

 

조명가게나 목욕의 신 보세요

 

뇌전이로 방사선치료를 하고 있는 그녀는 어지러움증이 심해서 입원해 있다.

뭔가 할일이 생겼다며 좋아한다.

 

매일의 일상을

항상 최선을 다해

항상 충만하게

살 수는 없다.

때론 나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때가 필요하다.

웹툰과 함께.

썩 괜찮은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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