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병변 사진을 방금 메일로 받았다.
진료실에서 즉석으로 사진을 찍기에
병변도 넓게 번져있고
환자가 옷을 입고 벗기도 힘들다.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상처를 건드려서 피도 나고 진물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찍지를 못하고
가족에게 부탁했다.
CT도 중요하지만
피부 병변을 잘 관찰하는게 중요한데
제가 매번 잘 볼 수 없으니
가능하면 주기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환자가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사진을 찍었으면 하셔서 늦게 보냈다며 메일을 보내주셨다.
아주 아주 꼼꼼히
화면을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하여
부위별로 상세히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이런 가족의 노력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뭔가 의사의 진료지침을 정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런 마음으로 꼼꼼히 자료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신 것 같다.
10년 이상 항암치료를 해 오고 있는 환자.
그 긴 시간 동안 병수발을 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족이
여전히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그를 돕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과연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수많은 항암제를 다 쓰고
반복해서도 썼다.
방사선치료도 해 보았다.
내가 그녀를 위해 선택한 것을 결국 또 항암제.
치료를 하니 상처가 좋아지는 것 같기는 한데 환자가 많이 힘들어한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휠체어를 타고 외래를 오신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항암제를 처방한다.
하느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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