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슬기엄마 2012. 2. 17. 20:55


업무상,
일 때문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누군가는 나에게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런 메시지를 덧붙인다.
난 그럼 마음 속으로
'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공부할 시간은 주말밖에 없는데 과연 행복하게 잘 보낼 수 있을까? 할 일 너무 많은데..."
그런 썩은 미소를 스스로에게 보낸다.
주중에는 내 시간이 전혀 없다.
어제도 밤 9시가 안되서 병원에서 잠이 들었나 본데 눈을 떴더니 아침 6시였다.
쌓인 피곤이 회복이 안되나 보다.
그래서 난 그런 문자를 받으면 내심 나에게 씁쓸한 미소를 날리게 된다.

저녁이면
오늘 외래보다가 혹은 회진돌다가
마음속에서 뭔가 해결이 안된 환자 unit number 적어놓은 메모종이를 펼쳐놓고
한명씩 한명씩
다시 EMR을 열어본다.
자료도 찾아본다.
엄마 상태가 걱정되어 외국에서 찾아온 딸은 곧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하여 전화도 해주었다.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마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환자를 위해
환자가 다닌다는 외부 치과병원에 전화하여 치과선생님과도 통화를 한다.
치과치료를 먼저 하기로 했다. 환자에게 문자를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답장이 왔다.
선생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환자의 문자에 마음이 울컥한다.
난 이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아니까.
매번 외래에 올 때 나에게 야쿠르트를 사다주는 그녀.
최근에는 힘들고 정신이 없어져서 그것도 자꾸 까먹게 된다며 미안해한다.
내가 선생님한테 해줄 수 있는건 그저 음료수 한병 뿐인데 그것도 못하게 정신이 없어졌나봐요.

나는 이 환자에게 병이 나빠졌으니 약을 바꾸자는 말을 세 번 했다.
내가 쓴 약으로 환자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몸무게도 빠지고 아주 많이 쇠약해졌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병이 나빠지면서 환자의 몸이 얼마나 상했는지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행복한 주말을 보내라고, 하트 아이콘까지 해서 보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깨닫게 된다. 우리 환자들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지내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항암치료를 하다보니 치아상태가 나빠지고 발치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임플란트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지연시켜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케줄 짜기가 복잡하다. 그렇게 마음 복잡해 하는 나에게 환자가 하트 아이콘을 보내주었다.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