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달전부터 얘기했잖아요. 피부에 뭐가 났다고.
그래서 저도 초음파 검사해 본겁니다. 초음파 소견상 악성 소견같지 않으니 경과관찰 하라고 한거고
그래서 저도 매달 계속 피부 병변을 눈으고 확인하며 확인한 거구요. (어쩐지 변명같은 이 말투)
그녀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예민했다.
예민해서 이런 저런 증상을 남들보다 더 많이 느끼고 힘들어했다. 외과에서 유방 성형수술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안해줬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수술 전 항암치료, 수술, 수술 후 허셉틴을 맞는 치료 과정 중 다른 환자들에게는 별로 발생하지도 않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생겨서 너무너무 힘들어 했었다.
하필 내가 그 결과를 늦게 알려줘서 힘든 기간이 1-2주 정도 연장된 셈이다. 그래서 나에 대한 불신이 좀 있다. 그래서 나도 그녀의 진료에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그녀가 2달전 피부에 뭔가 오돌도돌한게 났다고 외래에 왔다.
당일로 푸쉬를 해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초음파 검사상으로는 별 이상 소견은 아닌것 같다고, 일단 추적관찰을 해보라고 판독을 주었다. 허셉틴 치료를 하니까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어서 경과관찰 하기로 했다. 그리고 1달전에는 유방암 종합검사를 했고 전체적으로 이상 소견이 없었다.
잠시 주춤 하는 듯 하더니 얼마전 다시 벌게지기 시작해서 엊그제 조직검사를 했다. 그리고 너무나 간단하게 유방암 피부 전이가 진단되어 버렸다. 항암치료를 끝내고 허셉틴을 쓰는 중에 재발이 된 것이다. 그렇게 치료를 하는 중에 재발하는 그룹은 예후가 좋지 않다.
오늘 PET-CT를 찍었는데 피부 말고도 다른 곳에도 병이 많이 보인다. 이 사진을 예민한 그녀가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달전 검사에서 다 괜찮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나빠진거냐고 되물을게 뻔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달 조직검사를 미리 했다고 해도 크게 대세에 지장이 없습니다.
먼저 진단했으면 두달 먼저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을 거고
그것이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썰렁한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허투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중에는
이렇게 조기에 금방 재발하고 항암제에도 저항적이라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그런 환자가 세명이었다. 다들 나보다 젊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이런 사연으로 그 병원 의사를 못 믿고 나에게 온 환자도 있다. 정황적으로 나의 환자들과 비슷하다.
수술 후 거의 한두달에 한번씩
이 검사 저 검사를 하는 환자가 있다.
그녀는 여러가지 검사를 해서 결과 상 별 문제가 없다고 확인이 되어야 마음을 놓는다.
머리 아프면 뇌 MRI, 허리 아프면 척추 MRI, 뼈 사진. 내가 경과를 좀 보겠다고 해도 굳이 검사를 해 달라고 한다.
오늘도 오른쪽 등이 아프다고 얼굴이 노래져서 왔다. 1주일간 등속이 콕콕 쑤셨다고 한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니 등산을 가면서 왼쪽 팔은 수술해서 안쓰고 오른팔로만 등산용 폴대를 사용하셨다고 한다. 어깨 움직임의 동선이 일치하는 곳이 아픈 것 같다. 이번에는 검사 하지 말고 1주일 후에 약 먹고 다시 진료하자고 했다.
그녀도 허투 양성이다.
허투 환자가 어디 아프다고 하면 나도 걱정이다. 환자가 아프다고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언제 검사를 하고 언제 검사를 하지 않을지 잘 결정해야 한다.
대기실 밖에서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끼리 유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허투 환자들은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허셉틴을 맞으러 병원을 다니니까
진료시간도 짧고 피검사를 안하니까 금방 맞고 갈 수 있어서
진료 앞시간에 지연되지 않고 빨리 맞고 가실 수 있게 환자군을 모으는 편인데,
그 와중에 대기실에서 환자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신경의 예민도가 극에 달한다. 우리는 허투 양성이라 재발하기 쉽대.
요즘은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재발도 더 많이 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그녀가 진료실 바깥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지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그녀들의 걱정을 내가 어떻게 붙들어 맬 수 있겠는가.
마음의 평화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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