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바로 입원한 환자.
폐렴 뿐만 아니라
패혈증, 급격한 신장기능저하, 부정맥, 혈액 응고수치이상, 전해질이상 등
온갖 합병증이 동반되어
조마조마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다가 다행히 조금씩 호전되어 엊그제 일반 병실로 옮겼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3번 받고 나서 생긴 일이다.
곱고 예쁜 분이었는데
엄청 고생하셨다.
온갖 라인이 주렁주렁, 소변줄 끼운 상태에서 설사하느라 화장실 다니기도 힘들고.
암튼 고생 많이 하고 계신다.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열이 하루 세번 비정기적으로 치솟는다.
균 때문인지 약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감별이 어려운 상태에서
감염내과의 답변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고심끝에 그냥 내가 항생제를 바꾸었다.
아침에 항생제를 바꾸었는데 저녁에 열이 또 났다.
하루는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자 열이 뚝 떨어졌다.
환자도 비로소 오늘 아침 회진 때 나를 보고 웃어준다. 자리에 누워있지 않고 앉아있다.
아~~~ 정말 뿌듯했다. 뚝 떨어진 열 커브 그래프. 나의 항생제 선택, 아주 만족스럽다.
날 만난 후 병에 별로 차도가 없는 그녀.
시간이 갈수록 자꾸 여기저기 병이 생긴다.
머리로
폐로
심장으로
늑막으로
그녀는 그래도 날 믿어준다. 나를 신뢰하는 눈빛에 흔들림이 없어 내 마음이 더 불편하다.
빼빼로데이에 선물로 초콜렛도 주었다. 콜록콜록 기침하면서 건네는 선물. 내가 드려야 하는거 아닌가. 뻔뻔하게 그냥 받았다.
그녀는 병원을 싫어한다. 왠만하면 입원하지 않으려고 하고 집에서 견디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녀가 최근 3번 연속 입원을 하였다. 다음 예정되어 있는 외래 날짜 돌아오기 전에 문제가 생겨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잦은 입원 자체가 별로 않좋은 싸인인데... 자기 병을 잘 치료해 주지 못하는 나를 원망이라도 하면 마음이 편하련만... 입원하면 늘 불경을 쓰고 있다. 내가 글씨 못쓴다고 놀려대도, 그냥 웃는다.
그런 그녀가 그저께 또 숨이 차서 응급실로 왔다. 심장막에 물 차서 물 빼기를 두번, 늑막에는 물이 있어 관을 가지고 있은데 벌써 2주가 넘었다. 또 물이 찼나? 폐에 있는 병이 나빠졌나?
그런데 흉부 CT를 찍었는데 좋아졌다. 숨 찬 건 일단 병이 나빠져서 생긴 증상은 아닌것 같다.
지난 번에 항암제를 바꾼게 효과가 있나보다. 올레! 아직 기운이 없는 그녀를 붙잡고 내일 항암치료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희미하게 웃으며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한다.
바꾼 항암제, 우리에게 시간을 좀 더 허락해주려나?
15년 전에 우리병원에서 신장이식을 한 그녀.
올 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첫 항암치료 후 패혈성 쇼크로 아주 큰 위기를 넘겼다.
그때 정말 그녀의 상태는 위급, 위험하였다. 신장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 왔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이 정상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한번 상태가 나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
집이 저 멀리 남쪽 지방인 그녀는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집에 갔다가 1주일 후 입원해서 못 먹고 토하고 고생하면서 수액맞고 버티고 열나면 항생제 쓰면서 8번 치료를 마쳤다. 8번 내내 호중구 감소증과 열이 동반되어 항생제 참 많이 썼다. 항암치료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환자는 47kg 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35kg도 채 되지 않는다.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을지. 신장수치는 괜찮을지, 다른 합병증이 오지는 않을지. 다른 환자보다 훨씬 걱정이 많이 되는 환자였다. 그녀는 거의 매주기 나에게 문자로 메시지를 보냈다.
"***한데 괜찮을까요?"
"입원장 발급했으니, 지금 빨리 비행기타고 오세요. 입원치료 합시다"
그런 그녀가 모든 치료를 마치고 방사선 치료 스케줄을 잡고 내일 퇴원한다. 항암제 치료 스케줄을 끌고 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녀는 전이된 림프절 갯수가 꽤 많았다. 왜 그런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재발을 더 잘 하는 경향이 있어서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어 있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는 것이 중요하였다.
오늘 그녀는 35kg도 안되는 작은 체구로 8번의 항암치료를 다 받은 자기 스스로가 뿌듯하다고 하신다. 나도 마찬가지다. 난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그녀와 한 약속을 지켰다.
수차례 위기를 보내고
많은 눈물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그녀들은 좋아지고 있다.
나의 적절한 약제 변경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나의 최고의 supportive care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기분좋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패혈증, 급격한 신장기능저하, 부정맥, 혈액 응고수치이상, 전해질이상 등
온갖 합병증이 동반되어
조마조마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다가 다행히 조금씩 호전되어 엊그제 일반 병실로 옮겼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3번 받고 나서 생긴 일이다.
곱고 예쁜 분이었는데
엄청 고생하셨다.
온갖 라인이 주렁주렁, 소변줄 끼운 상태에서 설사하느라 화장실 다니기도 힘들고.
암튼 고생 많이 하고 계신다.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열이 하루 세번 비정기적으로 치솟는다.
균 때문인지 약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감별이 어려운 상태에서
감염내과의 답변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고심끝에 그냥 내가 항생제를 바꾸었다.
아침에 항생제를 바꾸었는데 저녁에 열이 또 났다.
하루는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자 열이 뚝 떨어졌다.
환자도 비로소 오늘 아침 회진 때 나를 보고 웃어준다. 자리에 누워있지 않고 앉아있다.
아~~~ 정말 뿌듯했다. 뚝 떨어진 열 커브 그래프. 나의 항생제 선택, 아주 만족스럽다.
날 만난 후 병에 별로 차도가 없는 그녀.
시간이 갈수록 자꾸 여기저기 병이 생긴다.
머리로
폐로
심장으로
늑막으로
그녀는 그래도 날 믿어준다. 나를 신뢰하는 눈빛에 흔들림이 없어 내 마음이 더 불편하다.
빼빼로데이에 선물로 초콜렛도 주었다. 콜록콜록 기침하면서 건네는 선물. 내가 드려야 하는거 아닌가. 뻔뻔하게 그냥 받았다.
그녀는 병원을 싫어한다. 왠만하면 입원하지 않으려고 하고 집에서 견디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녀가 최근 3번 연속 입원을 하였다. 다음 예정되어 있는 외래 날짜 돌아오기 전에 문제가 생겨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잦은 입원 자체가 별로 않좋은 싸인인데... 자기 병을 잘 치료해 주지 못하는 나를 원망이라도 하면 마음이 편하련만... 입원하면 늘 불경을 쓰고 있다. 내가 글씨 못쓴다고 놀려대도, 그냥 웃는다.
그런 그녀가 그저께 또 숨이 차서 응급실로 왔다. 심장막에 물 차서 물 빼기를 두번, 늑막에는 물이 있어 관을 가지고 있은데 벌써 2주가 넘었다. 또 물이 찼나? 폐에 있는 병이 나빠졌나?
그런데 흉부 CT를 찍었는데 좋아졌다. 숨 찬 건 일단 병이 나빠져서 생긴 증상은 아닌것 같다.
지난 번에 항암제를 바꾼게 효과가 있나보다. 올레! 아직 기운이 없는 그녀를 붙잡고 내일 항암치료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희미하게 웃으며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한다.
바꾼 항암제, 우리에게 시간을 좀 더 허락해주려나?
15년 전에 우리병원에서 신장이식을 한 그녀.
올 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첫 항암치료 후 패혈성 쇼크로 아주 큰 위기를 넘겼다.
그때 정말 그녀의 상태는 위급, 위험하였다. 신장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 왔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이 정상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한번 상태가 나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
집이 저 멀리 남쪽 지방인 그녀는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집에 갔다가 1주일 후 입원해서 못 먹고 토하고 고생하면서 수액맞고 버티고 열나면 항생제 쓰면서 8번 치료를 마쳤다. 8번 내내 호중구 감소증과 열이 동반되어 항생제 참 많이 썼다. 항암치료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환자는 47kg 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35kg도 채 되지 않는다.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을지. 신장수치는 괜찮을지, 다른 합병증이 오지는 않을지. 다른 환자보다 훨씬 걱정이 많이 되는 환자였다. 그녀는 거의 매주기 나에게 문자로 메시지를 보냈다.
"***한데 괜찮을까요?"
"입원장 발급했으니, 지금 빨리 비행기타고 오세요. 입원치료 합시다"
그런 그녀가 모든 치료를 마치고 방사선 치료 스케줄을 잡고 내일 퇴원한다. 항암제 치료 스케줄을 끌고 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녀는 전이된 림프절 갯수가 꽤 많았다. 왜 그런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재발을 더 잘 하는 경향이 있어서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어 있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는 것이 중요하였다.
오늘 그녀는 35kg도 안되는 작은 체구로 8번의 항암치료를 다 받은 자기 스스로가 뿌듯하다고 하신다. 나도 마찬가지다. 난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그녀와 한 약속을 지켰다.
수차례 위기를 보내고
많은 눈물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그녀들은 좋아지고 있다.
나의 적절한 약제 변경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나의 최고의 supportive care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기분좋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식 토요일 진료 (4) | 2011.11.19 |
---|---|
되로 주고 말로 받았어요 (3) | 2011.11.18 |
감정적 오류 (1) | 2011.11.12 |
위기 (13) | 2011.11.08 |
주말 책상 정리를 하다가 (0) | 2011.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