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한 탓인지
수술한지 1년이 넘었는데도 팔이 자꾸 붓고 어깨랑 등도 뻐근하다.
방사선 받은 부위는 피부도 예민해지고 자꾸 벗겨져서 허옇게 일어난다. 방사선 조사부위는 다른 곳보다 더 뻣뻣하다. 내 살 같지 않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열날까봐 제대로 목욕도 안 했다. 개운치 않았다.
그런 환자들이 치료를 대강 마치고 호르몬제만 먹거나 허셉틴 유지치료를 하는 동안 묻는 질문,
목욕탕 가도 되요?
목욕탕 가도 되냐고 묻는 환자들은 대개 유방보존술을 하신 분들이다.
유방전절제술을 하신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직 목욕탕, 찜질방, 수영장 옷을 벗을 자신이 없다.
대중탕에는 가급적 들어가지 마시라고, 때도 너무 세게 밀지 마시라고 한다.
항암치료가 끝났어도 몸의 면역체계가 정상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조심하셔야 한다. 피부도 예민하니까 때를 박박 밀면 좋지 않을 것 같다.
항암치료만 끝나면 몸이 다 정상이 될거라고 기대했는데
감기도 자주 걸리고 음식을 조금만 자극적으로 먹어도 탈이 잘 나는 것 같아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한 자신의 몸에 대해 심리적으로 박탈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오로지 치료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으니, 이제 몸이 가뿐해질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더 그러시는 것 같다.
본인은 모르고 지냈는데,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갑상선호르몬 기능을 체크해보니, 기저 질환으로 하시모토병이 있었던 것이 밝혀진 환자가 있었다. 아마도 항암치료가 갑상선 기능을 자극하는 어떤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이 되고 컨디션이 회복되기 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환자는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정신과 진료도 같이 보았다.
항구토제로 사용한 스테로이드 때문에 살이 찐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붓기가 조절되지 않아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가면역질환이 있음이 밝혀진 환자도 있었다. 부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아주 높아져 있다.
잘 밝혀져 있지 않은 수많은 이벤트가 환자에게 발생한다.
뭔가 조금만 이상한 검사결과가 나와도 환자들은 예민해진다. 추가검사를 설명하고 진행하는 일이 힘들다. 유방암 진단 때와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몸의 상처는 많이 아물었는데,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는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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