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공예로 직접 만든
맑은 유리구슬반지.
본3때 외과실습 돌다가 수술방 갱의실에서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후 난 반지를 끼지 않는데
엊그제 외래에서 환자가 자기 손에 끼고 온 구슬반지를 빼주고 갔다.
선생님 이 반지는 선생님에 대한 제 마음이에요.
제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포장해 오면 안받으실까봐 그냥 드려요.
오 마이 갓, 닭살멘트.
저 포장해 오셔도 잘 받아요.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감사합니다
얌전히 받았다.
환자 몸 온갖 군데를 쪼물쪼물 만져야 하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손을 씻어야 한다.
그래서 진료의 관점에서 보면
의사는 반지를 안끼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그래서 반지를 선물해 주신 환자분께는 죄송하지만
과연 내가 이 반지를 끼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환자 앞에서는 받은 반지를 내 손에 끼웠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반지를 벗어둔다.
책상머리에 놓아둔 유리구슬반지.
다사다난한 이벤트가 많은 어제 오늘.
아무 의욕없이 그냥 멍하게 앉아있는데
착상위에 놓인 그 반지가 눈에 뜨인다.
슬며시 한번 끼워본다.
그랬더니 정말 환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매직링이구나!
왼손 약지에 두번째로 끼워보는 반지.
그 반지를 끼고 다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의욕을 갖는다.
앞으로 이 반지는 일할 때만 끼워야지. 마법의 반지처럼 나에게 힘을 주는 반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습하는 환자 - 모범환자 6호 (0) | 2011.11.16 |
---|---|
고생은 자기가 다 해 놓고 (0) | 2011.11.12 |
일상으로 복귀하라 그 구질구질한 일상으로! (2) | 2011.10.31 |
목욕탕 가도 되요? (2) | 2011.10.28 |
병원은 생전 처음이에요 (0) | 2011.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