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월에는 강의가 4개 예정되어 있다.
의대 강의는 다른 대학처럼 교수 한명이 한학기 강의를 다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정작 교실에서 하는 강의실 강의는 1년에 한번 정도.
강의실 강의는 늘상 있는 실습 학생에 대한 교육과 또 느낌이 다르다.
학생 때는 엄청나게 많은 수업을 듣고 지식을 머리 속에 채워가야 한다.
지식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지고
왜 중요한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다 외운다.
그렇지만 그렇게 몽땅 외우는 것의 파워는 엄청나다.
여러가지 교육제도의 변화나 개선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교육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지식에 대한 암기를 기본으로 깔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난 그것이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엄청나게 수업많이 듣고 집중해서 암기하고 공부하던 시절,
어떤 수업에서
어떤 교수님의 한마디가
'따닥' 내 가슴에 불을 지피는 때가 있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나도 저렇게 하고 싶었어.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어' 하는 장면이 있다.
많이 졸고 제대로 이해못하고 듣기만 하던 수많은 강의 중에서도
내 마음의 불씨를 지펴주던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학생때가 제일 순수했던 것 같다.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감동받고
새롭게 결심하고
변화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하였다.
인턴 레지던트 때는 그런 마음들이 많이 깎여 나간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고, 씨니컬해지고, 꿈도 작아지고, 공부해도 잘 모르겠고,
일에 지치고, 만성피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부대끼고...
그래서 내 꿈이 뭔지, 내가 어떤 의사가 될려고 했던건지 초심을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마음이 아프지도 않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그런 내가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어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만 전해줘도 성공인데...
과연 내가 할 강의에서 그 포인트는 무엇일까?
학생 강의를 준비하는 마음이 다소 성스럽다.
왠지 학생들에게는 함부로 하면 안될 것 같다.
말투도 얌전하게 다 바꾸고 성의있게 강의해야지.
강의를 잘 하는 유명한 교수님들도 강의전에는
몇번이고 같은 강의내용을 반복하여 연습하고 실재 소리내서 강의해보고,
그리고 나서 강의에 임하신다.
내가 강의하는 그 한시간이
그들에게 졸리지 않았으면,
헛되지 않았으면,
하나라도 마음 속에 남아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원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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