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스트레스 관리법

슬기엄마 2011. 8. 11. 09:30

영어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스트레스 관리에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우린
자신이 처한 상황의 문제점을 분석하며
스트레스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보지만 - 그리고 난 그런 분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
사실 구조가 바뀌어도 내 내면에서 스트레스를 생성/가중시키는 원인이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나도 고백하건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는 문제까지도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받는 측면이 있다.
결국 성격머리. 그러니까 성격머리를 고처먹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영원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나이 먹어서 성격머리가 그리 쉽게 고쳐지겠나?
성격머리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럼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모든 해법은 100% 만족스럽지 않다. 이것저것 조합해서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덜 느끼고 distress 보다는 eustress가 되도록 해야겠다.

1. 문방구에 가서 펜을 산다.
예쁜 펜을 사서 기쁨을 함께 할만한 친구에게 하나 선물도 한다. (문구류 광팬들이 있으니까)
펜이 좋으면 논문도 잘 읽히고 일도 잘 된다. 난 블루블랙을 젤 좋아한다. 사실 만년필 좋아하는데 이건 그냥 한두개씩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냥 천원 이천원짜리도 감지덕지다. 가끔 수첩도 산다. 수첩마다 이름을 붙인다. 이 수첩에 어떤 일을 기록할 건지. 난 아날로그세대.

2. 인터넷으로 음반을 구입한다.
좋아하는 가수/연주자의 음반을 하나씩 하나씩 사 모은다.
음반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음반이 오면 CD로 구워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렇게 모은 음반들을 돌아가면서 반복해서 듣는다. 아 이 노래 유행할 때, 그때 무슨 일이 있어서 힘들었지. 그래도 잘 지나갔구나. 뭐 그런 생각도 하고.

3. 추리소설이나 만화책을 본다.
무조건 현실을 탈출하고 싶을 땐, 추리소설이 최고다. 추리소설은 인터넷으로 그냥 사면 재미가 없는 책을 살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책방에 가서 앞부분을 좀 보고, 감을 잡아야 한다. 대개의 추리소설은 한번 읽으면 2-3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으니까 시간이 너무 없을 땐 실행하기 어렵다. 대개 주말 재충전용으로 좋다. 얼마전에 읽은 밀레니엄은 총 6권이라 읽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일 다 미루고 읽었는데, 휴가 다녀온 기분이다. 활자가 부담스러울 땐 만화가 최고다. 요즘 만화는 아주 수준이 높다.

4. 일상 속 달인을 만난다.
수첩을 뒤적이며 예전부터 알고 지냈고 좋은 관계도 아는 사람들의 명단을 뒤적여 본다. 하는 일이 달라 지금은 다소 멀어진 듯한 지인들 중 생활의 지혜가 가득한 달인을 만난다. 훌륭한 사람들, 멋진 사람들이 있다. 나랑 아주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어도 불현듯 연락해서 보고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하면 반신반의하면서 약속을 잡아준다. 만나서 나 힘든 얘기도 해보고 충고도 들어보고 생활의 달인들이 지혜를 던져준다. 맥락은 달라도 세상사 비슷한 거니까 그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본다.

5. 다양한 맛집을 개발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랜덤으로 질문을 해본다. 이러이러한 경우라면 어떤 음식점을 가시겠어요? 이러이러한 음식으로 맛있는 집 아는데 있으세요? 라고 질문을 던지면 다들 나름의 자기만의 맛집 리스트가 있어서 한두개곳 소개해준다. 그중에 한곳을 가본다. 인간이라는게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면 정서가 안정되기 마련. 맛있는/독특한 맛집 방문, 스트레스를 꽤 줄여준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좀 걸려서 바쁜 중에는 실행하기 어렵다.

6. 슬기랑 논다.
나날이 커가는 청소년 슬기. 슬기랑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시간을 보낼라치면 정말 웃기고 재미있다. 중딩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슬기. 중딩이지만, 가끔 비범한 코멘트를 날린다. 촌철살인. 대개 밤에 마루에 누워서 딩굴거리면서 놀기 때문에 돈도 안들고 약속 미리 안해도 되기 때문에 마음내키는대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어제도 밤1시까지 놀았더니 힘들다. 그래도 아주 웃겼다. 위트와 유머가 있는 아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누구에게 제안하기 어려울 정도로 찌질한 관리법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관리법이 있어야겠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자꾸 마음을 다듬으며 노력해야하는 거겠지.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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